[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3> 중국, 북한 못 막으면 미국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맞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3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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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무력 충돌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억제를 위해 중국과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 억제를 위한 협조를 구하면서도 이틀 후인 14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서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 지시를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직설적인 외교 방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월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에서 시 주석과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시 주석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으나 실망도 컸다. 12일 트럼프가 시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조사 계획도 통보한 것은 “시 주석 선생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이야”라는 속내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의 통화가 끝난 직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시 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대화와 담판을 통해 정확한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상호 타격을 공언하며 위기가 높아지자 시 주석이 나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줄곧 ‘대화와 타협’만 강조하는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두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미사일 개발에 접근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사격’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조사를 지시할 내용은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과 정책, 관행 등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기업에게 강제로 기술 이전을 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중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을 훔치지는 않았는 지 등이다. 조사는 1년 가량 이뤄질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조치가 내려지고 중국이 보복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미중간 무역 전쟁이 일어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미 관리들은 “북핵 사태와 무역 조사는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USTR의 조사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대북 압박에 중국이 나서도록 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전망이다.

14일 USTR의 조사 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북핵 사태와 미중 무역 전쟁이 하나로 묶이는 출발점이 되는 의미가 있다. NYT는 과거 미국의 다른 대통령들은 중국을 다루는데 안보와 경제 현안을 연계시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를 연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에 대해 가졌던 기대에 대해 실망이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휴가지인 뉴저지주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자들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우리를 도와주면 통상 문제에서 (중국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한 편으로 ‘통상 보복의 칼’을 꺼내드는 것에 중국이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하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영 런민(人民)망도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를 가동하면 그 대가는 거대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갈 뿐”이라며 경고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12일 통화를 한 것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압력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폭주’를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중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홍콩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야욕을 냉각시킬 중국의 수단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마지막 압박 수단은 석유 수출 중단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양대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북한 핵문제로부터 오는 도전에서 경제적인 힘을 사용해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지역 안보에서 권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 교수는 “중국이 지역의 정치 안보 현안에서 영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간 설전 고조로 진행되어 온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간 외교 및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다시 강조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질적인 선결 조건”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핵무장을 막는 것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해법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이라는 버퍼 존(완충지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한반도로부터 대부분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공약 같은 것도 포함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북미간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무역 제재’의 칼까지 빼들고 중국을 압박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중국이 ‘협상의 염불’을 그치고 대북 압박에 팔 걷고 나서게 될지, 북미 갈등에 미중 갈등까지 겹쳐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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