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욱 “아르헨전 골, 얼마나 좋던지 도움 정호진에게 용돈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U-20 월드컵 전사들 개선]국내 최다 11경기 출전한 조영욱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린 조영욱이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스튜디오에서 월드컵 준우승을 기념해 제작된 트레이닝복에 부착된 호랑이 엠블럼을 깨물고 있다. 조영욱은 “원 팀으로 똘똘 뭉치면 세계적 강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린 조영욱이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스튜디오에서 월드컵 준우승을 기념해 제작된 트레이닝복에 부착된 호랑이 엠블럼을 깨물고 있다. 조영욱은 “원 팀으로 똘똘 뭉치면 세계적 강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값진 개인 기록을 작성한 선수가 있다. 2년 전 한국 대회에서 막내로 참가했던 그는 올해는 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두 차례 U-20 월드컵에서 11경기를 뛰며 역대 한국인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공격수 조영욱(20·FC서울)이다.

17일 조영욱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팀의 ‘악역’을 맡은 이번 대회에서 2년 전(16강)보다 더 높이 날아올랐다. 평생 잊지 못할 대회”라고 말했다.

2년 전 대회에서 무득점(4경기)에 그쳤던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렸다. 조영욱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마침내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동료들에게 ‘내가 골 넣은 것 맞지’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정호진(20·고려대)에게 감사의 의미로 용돈(?)을 줬다. 정호진은 “친구 7명과 마음껏 (음식을) 먹을 정도의 금액”이라며 웃었다.

조영욱은 세네갈과의 8강 연장전에서 대회 두 번째 골을 추가했다. 이강인(18·발렌시아)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했다. 조영욱은 “수비수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환상적 패스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강인에게는 용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발렌시아(스페인)에서 뛰는 강인이가 저보다 돈을 더 잘 벌어서….”

조영욱은 경기장 안팎에서 ‘원 팀’으로 뭉친 것이 준우승의 비결이며, 결승 진출 후 화제가 된 ‘버스 안 떼창’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당시 대표팀은 “발라드로 한번 시원하게 틀어보자”는 조영욱의 말에 이재익(강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가수 노을의 ‘그리워 그리워’를 재생시켰다. 선수들은 다 함께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조영욱은 “신나는 분위기였지만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원 팀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발라드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역을 맡은 그는 기강을 잡기 위해 막내 이강인을 혼낸 적도 있다. 조영욱은 “대회 전에 강인이가 운동을 하다가 불만을 표시해서 분위기가 흐트러진 적이 있다. 다 같이 모였을 때 내가 강인이를 혼냈다. 강인이가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잘 받아들이고 팀을 위해 희생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둘의 사이는 더 돈독해졌다. 대회 내내 이강인은 ‘조영욱 바라기’로 통했다. 이강인은 “영욱 형의 매력은 목 뒤에 살이 많다는 것”이라며 조영욱의 목을 수시로 주무르는 스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영욱은 13세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정정용 대표팀 감독(50)의 지도를 받아 왔다. 그는 “감독님이 준비한 전술이 모두 들어맞아 놀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을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평소 이런 별명을 쑥스러워하는 정 감독이지만 경기에서 이긴 뒤에는 기쁨을 표출했다고 한다. 조영욱은 “승리 후 우리가 감독님을 향해 ‘제갈용! 제갈용!’이라고 외쳤다. 그러면 감독님은 라커룸에 들어와 춤을 추며 좋아하셨다”며 웃었다.

조영욱은 나이 제한으로 인해 더는 U-20 월드컵에 나설 수 없다. 누군가 그가 세운 최다 출전 기록을 깬다면 기분이 어떨까. 조영욱은 “저도 기록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해서…. 그 대신 후배들은 우승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 경쟁에 나선다. 조영욱은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 모두 소속팀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다 같이 더 큰 무대(성인 월드컵 등)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u-20#조영욱#조별리그 3차전#정정용 대표팀 감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