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ILO 핵심협약 3개’ 비준 착수…경영계 반발 클 듯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2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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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비준 4개 협약 중 3개 우선 비준 절차 진행
9월 정기국회 목표로 비준동의안 국회에 제출
3개 협약 비준에 요구되는 법개정도 함께 추진
강제노동 제105호 추가검토 필요해 일단 제외
이재갑 "EU에 관련 사항 설명"…통상압박 의식

정부가 22일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를 비준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비준동의안과 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先)비준에 선을 그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을 모색해 왔지만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가 종료된 상황에서 정부의 향후 계획을 말씀드리겠다”며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협약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해서는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개 협약 가운데 8개를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 차별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 노동 관련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선(先)입법 후(後)비준’ 입장을 고수한 채 사회적 대화 채널인 경사노위 합의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경사노위는 지난 20일 합의에 실패했고 국회 파행이 길어지자 정부가 일부 협약에 대해 먼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 절차를 진행키로 한 것이다.

즉 비준동의안과 법률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동시에 논의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 장관은 “정부가 선비준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상 선비준은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에 비준을 추진하는 핵심협약의 경우에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많은 우리 산업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 개정 사항을 수반해야 한다”며 “선비준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법개정안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같이 가서 같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에 핵심협약 비준 추진에 있어 미비준 4개 가운데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강제노동 제105호 협약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형벌체계, 분단국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제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표명 등 5개 유형에 대한 처벌로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5개 유형 위반에 대해서 형벌로써 노역 부과를 못하게 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형벌체계에서는 금고형은 과실범에 대해서 부과하게 돼 있어서 우리나라 전체의 형벌체계를 개편해야 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 비준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제노동 협약 제105호 쟁점은 정치적 견해와 파업참가 등에 대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국내법상으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 견해 표현에 대한 징역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선원법, 공무원법 등 노동규율 수단에 대한 징역형 ▲전기사업법, 경비원법, 공무원노조법 등 쟁위행위에 대한 징역형이 제105호 협약에 저촉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는 우선 ‘결사의 자유 협약(제87·98호)’ 비준을 위한 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15일 발표된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당시 단결권과 관련해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으로 개정하고, 단체교섭권과 관련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강제노동 협약 제29호의 경우에는 관계부처 협의 결과 주요 쟁점인 우리나라의 보충역 제도가 협약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협약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비준동의안과 법률개정안의 국회 제출 시기와 관련해서는 “입법절차와 비준동의안 제출 절차가 서로 다르게 구성돼 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정기국회에서 두 가지가 한꺼번에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고용부는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할지 정부 입법 형태로 추진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다만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만든 한정애 의원 법률안의 경우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보다 많은 전문가들, 노사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다시 한번 좀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경사노위에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는 저희가 참여를 하고 있었다”며 “이제는 정부가 조금 더 중심이 돼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비준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자유무역협정(FTA) 사상 최초로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EU 측에도 설명하도록 하겠다”며 “(EU) 내부적으로는 전문가 패널로 회부하는 것으로 거의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의 견해와 계획을 지금 공식적으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고 이 사항에 대해서는 EU 쪽에 설명을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관련해 오랜 기간 형성된 법·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많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사와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ILO 100주년 기념총회 참석 여부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아직 공식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며 “공식적으로는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그 부분과 관련해서 연락 받은 바가 없다. 저는 노사단체와 함께 ILO 총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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