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남북정상회담 때 15초 암전 뜻, 아무도 몰라…‘쇼쟁이’ 표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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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1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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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사진=동아일보 DB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사진=동아일보 DB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송 행사에서 암전의 순간이 자신이 관여한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탁 자문위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짜 연출가로서 혹은 행사를 기획했던 사람으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미디어파사드의 내용이나 혹은 도보다리 회담보다는 미디어파사드에 들어가기 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자리에 착석을 하시고 제가 한 10초에서 15초 정도. 한 15초 정도 암전을 시켰던 적이 있다. 그건 사람들은 크게 인지를 못했을 텐데 남북 정상이 옥외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불을 다 끄고 암흑의 시간에서 15초, 20여 초 정도를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경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이게 서로 간에 완벽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거기는 양쪽 경호처 관계자들이 충분히 안전을 확보해 놓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전에 15초 전에 암전을 한다. 이걸 논의로 부치면 결정할 수 없고, 그걸 논의로 부칠 만한 것도 아니고 약간 애매한 경계에 있는 거다"라며 "저는 확신이 있었다. 이게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약간 정적의 순간이 남북 정상의 신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신뢰를 읽어내는 기자분들은 없었던 것 같고 저만 혼자 짜릿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도보다리 회담 당시 애연가인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에 대해 탁 자문위원은 "본인이 참았다는 거다. (문 대통령을) 예우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왜 청와대가 쇼를 하느냐'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고맙고 감사하다. 정치도 큰 틀에서 보면 국민들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 또 거기에는 함의가 담겨 있는 메시지도 있고 상징적인 이미지도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거지 않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전체 국민을 다 만나서 자기의 진심을 드러낼 수 있으면 그거보다 좋은 건 없다. 그런데 그게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미디어, 행사, 이벤트를 통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철학과 진심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건데 그 과정을 쇼라고 한다면 인정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그 행사를 준비했던 저를 보고 쇼쟁이라든지 쇼를 한다든지 이런 쇼와 관련해서 저에게 이야기하는 건 상당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탁 자문위원은 행정관 시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에게 청와대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탁 자문위원은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셔서 제가 그걸 보고 전화를 했다. '그럼 나갈까요? 진짜?' 그랬더니 '나오라고, 너무 고생한다고. 밥 사주겠다'고. 그래서 나왔는데 밥 안 사주시더라. 그다음부터 연락 없으시다"라고 했다.

유 이사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정치 입문에 대해선 "두 분 개인적인 성품으로는 하고 싶지 않을 거다"라며 "두 분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든다"라고 했다.

이들을 위해 도울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글쎄. 문 대통령은 제가 오랫동안 강권하기도 하고 요청드리기도 하고 뭐 그래서 채무감은 있지만 두 분한테는 그렇게 크게 채무감이 없다"라고 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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