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의자-물병 날아들어… 격렬 항의 속 비상문으로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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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광주 방문 길도 험난

넥타이 잡힌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들어서다 넥타이를 붙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기념식 참석 후 입장문을 통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주=뉴스1
넥타이 잡힌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들어서다 넥타이를 붙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기념식 참석 후 입장문을 통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주=뉴스1
“황교안은 물러가라! 집에 가라, ×××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18일 오전 9시 반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정문 민주의 문. 굳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에게 사방에서 거친 말이 쏟아졌다.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으로 촉발된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싸늘한 민심을 절감했다.

○ 의자, 물병 날아들고 넥타이 잡히고

황 대표 일행이 나타나자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대학생, 시민 100여 명이 “물러가라”를 외치며 몰려들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하던 황 대표는 일부 관계자에게 검은색 넥타이를 붙잡힌 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경찰관 40여 명이 인간 띠를 만들어 기념식이 열리는 참배광장으로 황 대표를 이동시키려 했지만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황 대표가 참배광장 앞 계단 인근까지 다다르자 일부 시민은 바닥에 누워 “물러가라. 밟고 지나가라”고 외쳤다. 고성과 함께 플라스틱 의자, 우산, 물병 등이 날아들었고, 황 대표는 의자에 맞지는 않았지만 몸을 휘청하는 등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5분이 돼서야 기념식장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황 대표의 바지와 구두는 흙과 먼지로 가득했다. 300m 거리를 25분 만에 도착한 것. 민주의 문에서 참배광장까지는 걸어서 2분 정도의 거리. 같은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호를 받으며 기념식에 참석한 바로 그 길이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했지만 험난한 퇴장길

어렵사리 자리에 앉은 황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주먹을 흔들면서 따라 불렀다. 주먹을 쥔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황 대표는 19일 “국가기념일에 제창할 수 있는 노래가 법에 정해져 있다. 그 노래 외에 다른 노래를 제창하는 것은 훈령에 맞지 않다. 2016년 그 당시 저는 공무원(국무총리)이었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것은 할 수 없었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모두 따라 불러야 하는 제창으로 바뀌어) 이번에 광주시민들로부터 많은 말씀이 있어서 같이 제창을 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기념식장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참배광장 내 5·18민중항쟁추모탑에 분향을 하려 발걸음을 옮겼지만 “사과하라”는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 분향하지 못했다. 결국 승합차를 타고 5·18민주묘지 후문 비상문으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묘지 후문 펜스가 일부 철거됐다.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황 대표 측이 빠져나간 통로는 비상 상황 때만 열도록 준비된 안전비상문이다. 평소에는 자물쇠로 잠겨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방문을 거부하고 항의하신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리고 이해하고 있다”며 “광주의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들 마음이 열릴 때까지 진정성을 갖고 광주를 찾고 광주시민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충돌은) 예견됐던 일 아니냐”면서도 물리적 충돌이 더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9일 제주에서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황 대표는 20일 전북 군산으로 건너가 호남 행보를 이어간다. 황 대표는 앞서 3일에도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맞은 바 있다. 황 대표는 “호남시민들, 광주시민에게 한국당이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길을 찾아보겠다”며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황교안#임을 위한 행진곡#광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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