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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소영]우즈베크 유학생의 꿈 앗아간 전동배터리 화재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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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소영]우즈베크 유학생의 꿈 앗아간 전동배터리 화재 사고

김소영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5-15 03:00수정 2019-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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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학생 학교에 마련된 간이 추모 공간.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영 사회부 기자
‘타향에서 일어난 비극에 슬퍼할 수밖에 없어 미안해.’

14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기숙사 1층. 학교 측이 마련한 추모의 공간 테이블 위에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A 씨(23)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영정 오른편에는 200여 장의 포스트잇이 붙은 게시판이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외국인 친구를 잃은 슬픔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 포스트잇에 담았다.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었다. 국화꽃이 놓인 영정 앞에 A 씨가 평소 좋아했던 콜라를 두고 간 학생도 있었다.

A 씨는 2016년 이 대학 국제통상학과에 입학했다.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의 추천을 받은 입학 장학생이었다. A 씨는 졸업 후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해 세계무대를 누비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3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코리안 드림’의 실현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졸업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A 씨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A 씨는 이 학교의 같은 학과로 함께 유학을 온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B 씨(22)의 자취방에 놀러 갔던 9일 변을 당했다. A 씨는 평소 즐겨 타던 전동킥보드를 B 씨의 자취방에서 충전시켰다. 두 유학생이 잠든 사이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A 씨는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맨발로 집 밖으로 뛰쳐나와 “친구가 안에 있다”고 절규한 B 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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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살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이 최근 이동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는 화재 사고가 잇따라 왔다. 2017년에는 한국체대, 지난해에는 고려대 기숙사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던 중 화재가 나 학생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A 씨의 전동킥보드 배터리도 충전 중 과열돼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528건 중 22건이 배터리 불량 등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다. 전동킥보드 배터리는 2017년 1월부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국가통합인증(KC) 대상이 됐다. 이전까지는 인증받지 않은 배터리도 사용됐다는 의미다.

A 씨 시신은 11일 고국으로 옮겨져 장례 절차를 마쳤다. 한국외국어대 학생들은 10일부터 기숙사 1층에 마련된 A 씨 추모공간을 찾아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측은 조만간 A 씨의 명예졸업장을 우즈베키스탄의 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장만으로는 A 씨 가족의 슬픔을 달래기 힘들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A 씨의 사고를 계기로 최근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전동킥보드의 배터리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
#한국외국어대#우즈베키스탄 유학생#전동킥보드 화재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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