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루’로 부숴버린 국회 품위…‘동물국회’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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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2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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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두고 갈등 최고조…육탄전 공세에 국회 ‘난장판’
시계제로 국회 정국…공수처 설치·선거법 개편안 어디로

26일 새벽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 중인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26일 새벽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 중인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19.4.26/뉴스1 © News1
굳게 닫힌 국회 회의실을 열기 위해 노루발못뽑이, 일명 빠루가 등장했다. 땀에 흠뻑 젖은 정장 차림의 무리가 멱살을 잡고 떠밀려 뒹굴었다. 감금당한 의원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창문을 뜯어달라 부탁하고, 국회의장은 의원들과 설전 후 급격한 건강 악화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반말은 물론 막말과 고소가 난무했던 지난 1박 2일. 7년 만에 등장한 ‘동물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갈등의 시작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하려 시도하면서부터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패싱한 채 강행되는 패스트트랙에 당사자인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4당이 지난 22일 이를 밀어붙이면서 결국 갈등이 폭발했다.

여야4당은 한국당이 의회주의를 부정했다며 맹비난했고 한국당은 여야4당을 두고 ‘좌파 연합의 독재’라고 폄훼했다. 24일은 동물국회의 전초전이었다. 수세에 몰린 한국당은 그날 아침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문 의장은 길을 막는 임이자 한국당 의원과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문 의장은 곧 저혈당쇼크로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한 후 수술을 위해 26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임이자 의원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예고한 25일 드디어 동물국회의 서막이 열렸다. 한국당은 오전부터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문 의장의 병상 결제로 사개특위 위원이 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한국당 의원들에게 감금당했다. 채 의원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대원이 출동했고, 채 의원은 창문을 깨고 탈출하려 시도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한발 뒤로 물러나 7시간 만에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채 의원 사무실은 물론 국회 본청 등 주요 사무실이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봉쇄됐다. 곳곳에서 발생한 육탄전에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은 서로 거침없이 반말까지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접수를 강행하기 위해 동원된 쇠지렛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2019.4.26/뉴스1 © News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접수를 강행하기 위해 동원된 쇠지렛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2019.4.26/뉴스1 © News1

의원들 사이에서는 “입 닥쳐” 등의 막말도 쏟아졌다. 결국 1986년 이후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됐으나 70여명의 경호팀이 한국당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물국회는 26일 새벽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절정에 달했다. 여야4당은 25일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한국당의 철통 방어를 깨지 못하고 있었다. 의안과는 법안을 제출하는 곳으로, 한국당의 최후의 보루였다.

급기야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한 빠루가 등장했다. 망치까지 동원돼 문이 부서졌으나,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다. 극한 대치를 벌이던 여야4당과 한국당 관계자는 서로 고소하기 위해 채증에 나섰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빠루 논란에 커지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빠루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여야4당은 이날 ‘전자 발의’라는 묘수로 법안 제출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사개특위 회의실은 입구부터 팔짱을 끼고 누운 한국당 의원들로 인해 입장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사개특위는 개의했으나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산회했다. 전날 의안과실 앞에서 만난 한 보좌관은 “오랜만에 별꼴 다 보겠다”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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