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를 아시나요? 北인권 알리는 대학생들 [한반도를 공부하는 청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6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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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는 단순한 대학입시 멘토 프로그램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본교에 입학한 학생들과는 학회에서 보다 깊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나탈리? 언뜻 보기에는 해외 유명배우의 이름처럼 들린다. 하지만 고려대 북한인권동아리 리베르타스(Libertas)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나와 탈북학생이 함께하는 리베르타스’는 새터민입학전형 멘토링 프로그램.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SNS 홍보를 통해 대입 전형을 준비 중인 지원자를 모집하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1:1 멘토링을 한다. 멘티 입시생이 1차 자기소개서 전형에 합격하면 2차 면접 준비를 위한 전문가 개인교습까지도 책임진다.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리베르타스의 황세영 회장(왼쪽)과 민승희 총무부장.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리베르타스의 황세영 회장(왼쪽)과 민승희 총무부장.

지난해 나탈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김다은 리베르타스 부회장은 “구성원 모두의 열정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입시 열기가 뜨거운 대한민국에서 탈북자들은 복잡한 입학전형에 스스로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쁜 공부 시간을 쪼개 참여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학생이 고려대에 합격해 현재 리베르타스 회원으로 활동이라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북한에 대한 여러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잘 모르니까요. 저도 해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베르타스 활동을 하며 직접 북한이탈주민을 만나고, 인권에 대해 꾸준한 공부를 계속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북한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요. 얼마 전 북중접경지역에 대한 초청강연도 이런 취지에서 진행했습니다.” (황세영 회장·고려대 정치외교 3학년)

리베르타스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강동완 부산하나센터 센터장(동아대 교수). 리베르타스 제공
리베르타스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강동완 부산하나센터 센터장(동아대 교수). 리베르타스 제공

지난달 28일 리베르타스는 부산하나센터 센터장이기도 한 강동완 교수를 초청해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본 북한과 사람’이라는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강 교수는 직접 촬영해온 북중 접경지역 사진들을 중심으로 고단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한겨울 압록강의 물을 길어야 하는 혜산의 여성들은 탈북을 막기 위해 당국이 쳐 놓은 철조망을 통과해야 했다. 군인의 허락을 받고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 얼음에 미끄러져 물을 쏟은 동료를 무심하게 지나치는 여성들의 동영상은 제 삶 하나 챙기기 급급한 고되고 팍팍한 북한 인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강변에 물을 길러 나가기 위해서 철조망을 지키는 군인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실,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최첨단 CCTV가 가동되고 있는 현실을 강 교수는 “문명과 야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볼 것을 강조하면서 “통일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논하기에 앞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왜 북중 접경지역을 이번 강연의 주제로 선정했을까?

“북한이 강조하는 구호가 ‘사회주의 강국건설’ 이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평양 이외 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삶을 살고 있어요. 강가에서 물을 길어오고, 나무 밑에서 방아를 찧어요. 화려한 건물들은 대부분 부실공사로 지어져 있습니다. 괴리감이 들었어요. 그들의 삶을 좀 더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접경지역은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지난달 28일 강동완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리베르타스와 통일동아리 대학생들. 리베르타스 제공
지난달 28일 강동완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리베르타스와 통일동아리 대학생들. 리베르타스 제공

2012년에 창설된 리베르타스는 교내 남북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회다.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고려대의 교호 ‘자유, 진리, 정의’ 중 자유를 의미하는 라틴어 Libertas 에서 명칭을 따왔다. 강연 등의 외부 연계 프로그램을 토론 등의 내부 프로그램과 병행하며 북한과 관련한 편견을 없애고 교내 북한인권 인식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는 UN인권사무소와 연계해 한 달간 북한과 국제인권 문제에 대해 토론과 세미나를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졸업한 회원들은 현직 검사, 인권관련 NGO기구 창설자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리베르타스 임원으로 활동 중인 민승희(고려대 중문과 2학년)씨는 “대중국 통일공공외교의 문화정책을 연구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특히 남북중 3국의 대학생이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은데, 그 자리를 정말 그들에게 ‘재미있는’ 자리로 만들겁니다.” 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격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북한이탈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온 리베르타스. 없는 길을 내며 우직하게 걸어 나아가는 청년들이다.

양소희 우아한 사무국 인턴기자(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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