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밖에 없다”… 비상의총 열고 靑 몰려간 한국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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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1與4野 아니라 4與1野… 싸워 이길때까지 민주주의 지킬것”
선거제 개편땐 TK-PK지역구 타격… 나경원 “설마 했는데 좌파독재 플랜”
27일 광화문서 두번째 장외집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아홉 번째),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열 번째) 등 소속 의원 90여 명이 23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독재 장기집권 음모 강력 규탄한다”고 외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 항의 방문을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아홉 번째),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열 번째) 등 소속 의원 90여 명이 23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독재 장기집권 음모 강력 규탄한다”고 외치고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 항의 방문을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자유한국당은 23일 청와대 앞 항의 시위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비상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결사 저지 의사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더는 말로 하지 않겠다”며 취임 두 달 만에 장외 투쟁에 시동을 건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스크럼을 구축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 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및 의회주의 파괴 규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선거법 공수처법 날치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당은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황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1여(與), 4야(野)인 줄 알았는데 4여 1야였다”며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 싸워 이길 때까지 저부터 정말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단식 투쟁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이 이렇게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정부 여당이 행정, 사법 권력에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을 통해 입법 권력까지 접수하려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법원 요직을 ‘코드’에 맞는 인사로 채웠고, 이미선 재판관 임명으로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대법원장, 여당 지명 재판관들로만 독자적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를 채웠다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제1야당을 패싱(건너뛰기)해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를 개편할 경우 보수 정당의 정치적 존립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깡패들도 싸울 때는 룰이 있는데,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주먹으로 싸우는 싸움판에서 칼을 들고 뒤에서 찌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야 4당 합의안대로 선거제를 손질하면 지역구 의석 축소에 따른 원내 지형의 급변이 예상된다. 여야 4당 합의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든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구가 225석으로 바뀔 경우 수도권 10석, 영남 8석, 호남 7석, 강원 1석 등이 통폐합 우선 대상 지역이 된다. 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구가 더 많이 사라질 수 있다. 이들 지역이 많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지지 기반인 한국당 입장에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 자체가 마뜩잖은 게 사실이다.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0석’을 이야기할 때 설마 했는데, 지금 보니 좌파독재 플랜이자 개헌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국당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뿌리 깊은 대결 구도도 얽혀 있다. 조 수석은 이날도 “합법적 절차에 따른 입법 시도에 대해 ‘좌파 독재’ ‘좌파 반란’ ‘입법 쿠데타’ 등등 비방이 가해지고 있다. 내가 아둔하여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국당을 비꼬았다. 한 관계자는 “조 수석이 패스트트랙 뒤에 있다는 생각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에 이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올 스톱! 국민이 심판합니다’ 두 번째 장외집회를 연다. 하지만 여론전 외에 또렷한 방안이 없는 게 고심스러운 대목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하루 이틀의 싸움이 아닌 만큼 정밀한 투쟁 전략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한국당#황교안#비상의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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