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트럼프 메시지 들고 김정은에 손짓…화답 이끌어낼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3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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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남·북·미 정상, 같은 목표 갖고 서로 긴밀히 소통"
靑, 트럼프 메시지 존재 인정…"남북회담 열리면 전달"
北, 중러와 밀착 움직임…文, 협상 동력 살리기 시도
전문가 "트럼프 메시지, 남북회담에 긍정적…5월도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한이 우리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설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22일 ‘카자흐스탄 프라브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남과 북, 미국 정상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톱다운 방식의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이 아직 살아 있으며 우리의 중재 노력도 지속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중재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아직까지 북한이 우리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문 대통령이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CNN은 지난 19일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메시지 속에 “(비핵화) 조치의 최근 과정에 있어 중요한 문제들(things that matter to the current course of action)과 북미 (후속)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무슨 말을 할지 그(김 위원장)가 매우 궁금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당 보도 내용과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워싱턴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한 제반 사항은 공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우리의 정상회담 제안에 응하라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우리가 남북 대화의 속도를 내려는 것은 최근 북한이 외교 행보의 무게중심을 북중러 대화로 옮기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미국 측 외교·안보 책임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을 미국 측에 돌리고 있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평양을 찾아와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서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며 협상 대표 교체를 요구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는 “안보보좌관이라면 (북·미) 두 수뇌 분들 사이에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이라며 ‘멍청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공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우리측에 대해서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이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5~6월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밀착해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면 비핵화 대화를 재개해야할 유인이 떨어진다. 이 경우 북미간 교착 상태가 다시 장기화되면서 양측이 다시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간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정상회담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몇가지 정도로 추론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신뢰한다, 6·12 북미 공동 합의 이행에는 변함이 없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이끌고 싶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측이 원하는 의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 정도가 들어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런 메시지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4·5·6월은 비핵·평화라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주변 국가들의 정상회담이 활성화되는 계절이 될 것이다. 4월 중 북러 정상회담, 5월 중 남북 정상회담, 6월 중 북중 정상회담의 수준으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한 문 대통령은 세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카자흐는 1991년 구(舊)소련이 붕괴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고, 자발적으로 비핵화에 나서 미국의 경제 지원을 받았다.

카자흐는 의도치 않게 보유하게 된 핵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북한과 상황이 같진 않지만, 비핵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끈 사례라는 측면에서 카자흐의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프라브다와의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은 스스로 비핵화의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성취했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하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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