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여자로 파격 변신… ‘공주’ 김소현은 잊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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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서 주인공 안나 역 맡아 열연
“평소 맡던 배역과 달라 잠 줄여가며 연습, 의외의 역할에 끌려”

배우 김소현은 “뮤지컬은 같은 역할에 캐스팅되는 동성 배우가 아니라 파트너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상대역과 경쟁하는 것”이라며 “상대역의 후배들과 노래할 때 느끼는 무대 장악력과 신선한 에너지를 배우로서 늘 받아들이려
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배우 김소현은 “뮤지컬은 같은 역할에 캐스팅되는 동성 배우가 아니라 파트너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상대역과 경쟁하는 것”이라며 “상대역의 후배들과 노래할 때 느끼는 무대 장악력과 신선한 에너지를 배우로서 늘 받아들이려 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잠요? 매일 3시간밖에 못 자죠. 무대 위에서 ‘공주’ ‘황후’ 김소현과는 180도 다른 ‘안나’가 되려면 어쩔 수 없죠. 하하.”

뮤지컬 배우 김소현(44)은 다음 달 17일부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주인공 안나를 연기하기 위해 요즘 잠을 줄이고 있다. 김소현이 연기할 안나는 톨스토이의 동명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남편과 가정을 떠나는 역할이다.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자식도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는 안나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고, 평소 맡던 배역과도 달라 잠을 줄여가며 연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아이 도시락을 싸는 걸 보면 안나 때문이 아니라 영락없는 ‘워킹맘’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으로 무대에 오른 뒤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 출연한 그녀는 대중에게 ‘김소현=공주’란 이미지로 깊게 각인됐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안나 카레니나’를 앞두고 “김소현이 안나를?” 같은 의문을 낳으며 ‘독’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배우의 일이란 게 원래 내면의 작은 조각을 극대화해 다양성을 표현하는 것인데 제가 경험하지 못한 삶이라 더 재밌다”며 미소 지었다. 얼마 전까지 뮤지컬 ‘엘리자벳’의 지방공연을 소화해 “피곤하다”는 하소연을 할 때도 눈빛은 밝게 빛났다.

고혹적 매력을 뽐내는 안나가 되기 위해 그는 소설, 영화, 논문도 보고 자료도 찾으면서 안나와 관련된 작은 조각들을 모아 개인 자료집도 만들었다. 그는 “불륜을 저지르는 나쁜 캐릭터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 일상에 갇힌 사람”이라며 “연출가인 알리아 체비크와 ‘엄마’ ‘여성’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수다 떨 듯이 안나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그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몸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그동안 입던 무대 드레스는 옆으로 넓게 퍼지는 풍성한 의상이었다. 반면 안나의 의상은 흔히 말해 ‘깊게 파이는’ 치명적 드레스다. 그는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노출이 많은 의상이다 보니 많이 못 먹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녀가 이토록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무대 위 가짜를 가장 경계하기 때문이다.

“진짜와 가짜는 노래나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는 관계없어요. 무대에 오르는 순간 진심으로 연기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철칙입니다. 배우가 어느 무대에 오르든 진심으로 연기한다면 관객들도 이를 느끼고 함께 감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9년차 배우인 그녀는 공연을 앞두고 오드리 헵번, 마리아 칼라스의 영상을 즐겨 본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레전드라 불리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아우라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아름답다’ ‘멋지다’란 수식어보다는 ‘의외다’ ‘새롭다’는 말을 더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의외’라는 말이에요. 안나 역할처럼 자꾸 변신하고 다른 면을 끄집어내며 늘 새로운 레전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김소현#뮤지컬 안나 카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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