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정은, 핵 내려놓고 경제선택해야”…카자흐스탄 모델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3일 0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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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노딜’ 이후 첫 비핵화 촉구 메시지
북-미 교착에 “앞으로도 어려움 예상돼” 우려도
카자흐 초대 대통령 “우리는 비핵화 대신 신뢰 얻어”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발적 비핵화로 미국의 안보보장과 경제지원을 얻은 카자흐스탄 모델을 강조하며 북한이 경제보상을 대가로 포괄적인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이 같이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1991년 카자흐스탄이 구(舊)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약 29년간 대통령을 지내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자진 사임했으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종신 의장 겸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 당수 등을 지내고 있는 실권자다.

문 대통령은 “지금 카자흐스탄 국내총생산(GDP)가 중앙아시아 전체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높은 경제성장 배경에는 자발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경제성장을 선택한 초대 대통령의 결단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찰력 있는 (비핵화) 결단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추구하는 한국에 영감을 줬다”며 “전 세계가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앞으로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초대 대통령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될 때까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미국이 ‘빅딜’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두고 “앞으로도 이보다 좋은 제안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과 비즈니스포럼에서 잇따라 “카자흐스탄은 비핵화를 통해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모범사례”라며 ‘카자흐스탄 모델’이 북-미 비핵화 교착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폐기한 대신 미국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은 카자흐스탄처럼 북한도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대신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경제성공 모델을 부각하면서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단계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카자흐스탄 비핵화를 주도했던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며 “지금 (비핵화를) 지연하게 되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또 “(비핵화가) 단순하지만 고귀하고 좋은 것”이라며 “오늘 인류가 결정해야 할 것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센터에 마련된 비핵화 이니셔티브 전시실을 함께 둘러봤다. 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비핵화 경험을 검토하기 위한 양국 전문가 협의를 추진하고 비핵화 기술협력을 위한 핵비확산·핵안보 분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르술탄=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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