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 살인범 안인득, ‘강제 입원’ 무산… ‘감금죄’ 유죄 판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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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2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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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 ⓒ News1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2) ⓒ News1
조현병 전력이 확인된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이 재판에서 심신미약 감형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변호사의 견해가 나왔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 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태현 법률사무소 준경 변호사는 22일 SBS 뉴스프로그램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인터뷰에서 “안인득은 2010년에도 9개월 공주치료감호소를 갔다 왔고, 심신미약 판정으로 감형을 받았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인득은 2011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경남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에 걸쳐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안인득은) 미리 흉기와 휘발유를 준비한 것도 있지만, 범행 대상을 선별해서 가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제압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당시에 사리분별이 가능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들에게만 공격을 했다는 것을 봤을 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심신미약 감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안인득의 가족은 사건 발생 약 2주 전부터 안인득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제도의 벽에 막혀 모두 무산됐다.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로는 보호입원·행정입원·응급입원이 있지만 안인득은 세 가지를 모두 비켜 갔다.

김 변호사는 “보호입원·행정입원·응급입원 3가지 모두 전문의 2명 이상의 진단을 필요로 한다. 안인득의 가족은 강제입원을 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런데 안인득이 ‘병원에 안 간다’고 버텼다. 끝까지 거부해서 병원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진단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법을 만들어놓고 구동이 안 되기 때문에 안인득의 가족들이 강제입원을 시키려고 노력했어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인득의 남동생은 동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형은 ‘엄마가 밥에 독을 탔다. 가족들이 날 해코지하고 감시한다’며 의심했다. 가족들을 향해 흉기를 들기도 했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자고 하는 설득이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만약 강제로 병원을 데리고 가는데 있어 인권침해의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강제 입원을 시키려는 사람이)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만약 (이번 사건이) 큰 사고가 없이 넘어갔었다면 (안인득이) ‘아무 일도 없는데 나를 왜 강제입원 시키냐’ 하면서 인권 문제를 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와 면책권이 있지 않으면 제2의 안인득 사건은 또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남역 살인사건도 조현병에 의한 사건이었고, 강서구 PC방 살인사건도 정신질환자, 임세원 교수 피습 사건도 환자에 의한 사건이었다. 절대적인 환자수가 늘어나고, 관리감독 체계는 부실하다보니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늘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를 데리고 병원을 가서 강제 입원을 시키는 것은 일종의 ‘감금죄’라고 해서 유죄 판결이 난 이후로 사설 구조단체도, 가족들도 강제입원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도 같은 방송에서 “강제 통원치료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현병처럼 치료를 중단할 경우, 바로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강제로 외래 치료를 명령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었다.

이어 “당연히 조기에 경찰에서 이 사람이 정신적 문제로 인해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고 느꼈을 때는 경찰이 지역 단체에 조치를 취해 강제 치료를 받게 했어야 했다”며 “경찰관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끔찍한 사건으로 발전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번 사건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환자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굉장히 조마조마하다. 사회적인 인식이 나빠지고 같이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와 함께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적극 참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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