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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헌재]메이저리그 정글 속 ‘추추 트레인’의 생존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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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헌재]메이저리그 정글 속 ‘추추 트레인’의 생존비결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19-04-17 03:00수정 2019-04-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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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한창때 오승환(37·콜로라도)과 임창용(43·은퇴)은 ‘반칙 투구’의 대가였다. 투수는 야구공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 오승환은 돌처럼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임창용의 주무기는 뱀처럼 춤추듯 날아드는 ‘뱀직구’였다. 돌과 뱀을 상대해야 했던 타자들은 ‘반칙’이라고 느낄 만했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곳에선 ‘괴물’ 소리 한 번 들어 보지 않은 선수가 없다. LA 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32)도 그중 하나다. 100마일(약 162km)의 ‘불직구’를 쉽게 던지는 조던 힉스(23·세인트루이스) 같은 선수는 진짜 괴물이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 서는 건 정말 어렵다. 오래 버티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추신수(37·텍사스)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추신수는 이달 초 개인 통산 1500안타를 쳤다. 2005년 빅리그에 올라온 지 14년 만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637번째, 현역 선수 28번째 기록이었다.

얼마 전 은퇴한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3089안타)에 비하면 별거 아니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상대는 류현진급의 선발 투수들과 100마일을 쉽게 던지는 불펜 투수들이다. 천하의 ‘괴물’들을 상대로 안타 1500개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는 “마이너리그 때부터 해 오던 루틴을 지킨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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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루틴이란 게 특별할 건 없다. 그저 열심히 한 것뿐이다. 다만 그 열심의 차원이 보통 선수들과는 다르다. 마이너리그 때나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77억 원)를 받는 지금이나 그는 야구장에 가장 먼저 나오는 선수다.

오전 7시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때는 오전 4시 반에 출근한다. 구장 관리인이 그에게 아예 열쇠를 맡긴 적도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정글이다.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매년 쏟아져 들어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게 한순간 사라져 버릴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화려하지 않다. 3할 타율을 친 적도 3시즌밖에 없고, 올스타전도 지난해 처음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꾸준하다. 부진한 듯 보여도 시즌이 끝나고 나면 기본 이상의 성적을 낸다.

올해 그는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추신수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루틴대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불과 며칠 만에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에게 직접 사과했다. 추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다른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클럽하우스 리더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부침 속에서도 ‘추추 트레인’은 제 갈 길을 간다. 16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치며 타율을 0.333까지 끌어올렸다. 개인 통산 안타는 1512개가 됐다. 마이너리그 시절 그의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번이라도 타석에 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먼 길을 왔다. 그는 지난해 말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야구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행복해서 하는 겁니다. 언제든 야구장 가는 길이 즐겁지 않으면 미련 없이 그만둘 겁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메이저리그#오승환#임창용#반칙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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