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혁신기업 육성, 정부가 노력하지 말라… 시장에 자유 주면 될일”
더보기

“혁신기업 육성, 정부가 노력하지 말라… 시장에 자유 주면 될일”

임보미 기자 , 염희진 기자 입력 2019-04-17 03:00수정 2019-04-17 09:21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6> ‘파괴적 혁신’ 크리스텐슨 하버드大석좌교수 인터뷰
지난해 11월 ‘파괴적 혁신 시대의 애자일 전략’을 주제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파괴적 혁신 이론의 최고 권위자인 그는 이번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꾸준히 지원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DB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부의 미덕 중 하나는 참는 것이다. 민간의 혁신에는 정부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67)는 11일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정부의 인내심’을 강조했다. 과거의 잣대를 적용해 정부가 섣불리 규제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삼성이 오늘 같은 글로벌 파워를 가진 기업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고 말한 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은 혁신자들에 대한 지지(support)”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성공한 혁신기업이 나오려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자 그는 “규제가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아마존의 길을 따르는 흥미로운 기업들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을 기업뿐 아니라 국가 운영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혁신이 규제보다 앞서지, 반대로 규제가 혁신에 앞서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하며 규제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정부는 단순한 규제에 집중할 게 아니라 혁신가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따른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 대해 그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은 자연적으로 일하기 원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며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꾸준히 육성하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번영의 역설(prosperity paradox·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는 혁신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난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정부와 공무원들은 어떤 관점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그에 따르면 이러한 혁신은 소비자들이 원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사지 못하는 것들에서 시작한다. 정부의 규제도 이런 새로운 관점을 끊임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는 늘 ‘비(非)소비(소비자들이 아직 사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교육, 의료, 오락, 여행 등 뭐가 되든지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영역에서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면 비소비자를 소비자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기술 혁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미래 성장을 이끌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의 규제도 이런 관점에서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그는 아마존을 예로 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필요를 만족시켜 주는 것으로 시작해 이윤을 내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기존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했던 수요를 채워준 카카오 카풀, 타다 등의 승차 공유 서비스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기존 택시 업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며 사회적인 갈등을 낳기도 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라는 얘기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은 기존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의 갈등도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시장과 먹거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무원들의 역할도 이렇게 급변하는 혁신 생태계에 맞춰 늘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미 bom@donga.com·염희진 기자

1971년부터 약 3년간 부산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뒷줄 오른쪽)가 1973년 동료들과 함께 부산 대신동의 한 교회 건물에서 찍은 사진. 크리스텐슨 교수 제공
▼ 혁신분야 세계최고 권위… 한국서 선교활동도 ▼

크리스텐슨 교수는 누구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혁신과 성장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이 선정하는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50인에 총 네 차례(1위·2011, 2013년, 2위·2015년, 3위·2017년) 이름을 올렸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가장 훌륭한 논문을 써낸 저자에게 수여하는 맥킨지상을 5회 수상했다.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1997년) ‘성장과 혁신’(2003년) ‘미래 기업의 조건’(2005년) ‘불확실성 경영’(2009년)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2012년) 등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호평 받았다.

그와 한국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출신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 회원인 그는 1971∼1973년 선교사로 강원 춘천과 부산에서 활동했다. 선교 활동 이후에도 한국을 꾸준히 찾고 있으며 한국어도 구사할 정도로 한국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다. ‘구창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혁신기업#크리스텐슨#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