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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떼지 못한 우리들…나의 ‘세월호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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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떼지 못한 우리들…나의 ‘세월호 기억법’

뉴스1입력 2019-04-16 08:00수정 2019-04-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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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국가에 대한 불신·실천·슬픔과 추도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슬픔과 애도에 마음 모아줄 수 없을까요”
2014년 4월16일 세월호는 304명의 희생자를 태우고 진도 앞바다에 속절없이 가라앉았다. 참사 이후 5년을 지나오면서 세월호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안전불감증·참사의 정치화·유가족 혐오 등 여러 가지 화두를 우리 사회에 제시했다.

세월호의 여러 가지 열쇳말 중에서도 ‘노란 리본’은 빼놓을 수 없는 참사의 상징물이 됐다. 노란 리본은 사랑하는 이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에 매 두던 것이 기원이라고 알려졌다. 2005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납북동포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 노란 리본 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304명의 이름은 이제 아무리 불러도 돌아올 수 없는 이름이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 노란 리본은 ‘잊지 않겠다’는 뜻도 지니게 됐다. 정치적 상징물이라고 겨냥되기도 하지만 노란 리본은 기본적으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느끼고 배운 교훈과 메시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지만, 참사가 쉽게 잊혀서는 안될 집단의 기억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직 노란 리본을 떼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각자의 ‘세월호 기억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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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 안전불감증 “안전에 경종…리본 달고 법규 위반 아쉬워”

“제게 세월호는 안전 문제예요. 생애주기마다 끊임없이 반복돼 온 ‘안전사고’의 기억입니다.”

직장인 황모씨(34)는 노트북 한쪽에 붙은 노란 리본 스티커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9살일 때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10살일 때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18살 무렵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었다. 그리고 29살,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때 건물 잔해 아래서 소변을 받아 마시며 살아남았다는 생존자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었어요. 이제 우리나라도 후진국형 참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세월호 참사로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대학생 박지석씨(28)는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 사건”이라고 세월호 참사를 정의했다. “완전한 침몰까지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는 직장인 나모씨(29)도 “세월호는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택시운전사 노정헌씨(62)는 “차에 노란 리본을 달고도 교통안전을 위한 기본 법규를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는 운전자들이 많다”며 “백날 잊지 않겠다고 하면 뭐하겠나, 저러니까 자꾸 노란 리본이 오해를 받고 욕을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억 #2 국가에 대한 불신 “날 지켜줄 거란 확신이 사라졌다”

5년째 가방과 차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는 변호사 이모씨(39)는 “세월호는 국가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깨진 상징적 사건”이라고 세월호를 기억했다.

“(참사 당일) 점심시간에 큰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던 기억이 납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기다리라는 지시를 따르다가 사망했는데, 국가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절감했어요.”

반도체회사에서 근무 중인 권모씨(25·여)는 “(세월호 참사는) 배가 침몰한 ‘사고’라기보다는 정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든 결정적 사건”이라며 “당시 정부에 크게 실망했고,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금방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건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5년째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는 직장인 변모씨(30)도 “(세월호 참사를) 정치불신과 사법불신에 이어 구조 행정에 관한 불신으로 이어진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기억한다”며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법으로 약속된 만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인식이 퍼진 게 가장 안타까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기억 #3 실천 “‘실천’의 의미로 리본 달았다…‘슬랙티비즘’ 경계”

세월호 참사는 반복되는 안전불감증과 국가에 대한 실망의 기억이기도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는 깨달음의 계기이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유호연씨(27·여)는 “대만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현지에서의 지진 대피 훈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는 각종 재난대비훈련이 요식적으로 이뤄지지만, 대만에서는 학교 기숙사에 있는 모두가 훈련에 참가하게 명단 체크까지 꼼꼼히 하더라”고 말했다.

유씨는 “그 훈련이 모두가 자고 있을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기습적으로 이뤄지는데도 모두가 예외 없이 참여해야만 했다”며 “한국인 학생들만 대충 참여하려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직후에는 정치적이라는 오해 때문에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에는 안전을 늘 유념하고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달고 다닌다”며 웃어 보였다.

직장인 진모씨(30)는 “‘슬랙티비즘’(Slacktivism)을 경계하자고 결심한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고 세월호를 떠올렸다. 슬랙티비즘은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Slacker’와 행동주의 ‘Activism’을 합성한 단어로, 사회문제에 대해 온라인상으로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실질적인 사회운동에는 임하지 않는 행동을 뜻한다.

진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프로필 사진을 노란 리본으로 바꾸고, 참사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 당장 많은 것들이 바뀔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풍백화점 이후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가 내 자식이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비통하게 말하던 한 어머님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며 “참사를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일상에서 실천하겠다는 의미로 리본을 달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의사 이모씨(32)는 “(참사 이후) 혹시라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주사를 가방 속에 항상 지니고 다닌다”며 “(세월호 참사는) 해야 할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이므로 나는 의사로서 책임감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는 호텔이나 극장에 갔을 때 꼭 비상대피로를 확인하고, 택시에 탔을 때도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며 ‘실천으로서의 기억’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억 #4 슬픔과 추도 “함께 슬퍼하는 것이 최선의 위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기억은 ‘슬픔’일 것이다. 세월호를 ‘슬픔’으로 기억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원생 임모씨(26·여)는 “이전에는 리본을 가방에 달고 다녔는데 가방을 바꾸면서 방문에 붙여두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참극’이고, 추모의 의미를 새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상혁씨(25)는 “5년째 노란 리본을 달고 있고, 첫해에는 수십만원가량 기부도 했다”며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이후 많은 이들이 노란 리본을 달거나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서로 응원하고 도왔던 것이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서 연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사건”이라며 “나에게 세월호는 아직 꺼지지 않은 인류애의 증거로 기억된다”고 전했다.

응급의학과 전임의 이모씨(30)는 “세월호는 비극적인 사건이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마다 다른 기억법이 있겠지만 ‘슬픔의 사건’으로 기억해주는 것이 비명(非命)에 생을 마감한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전모씨(30·여)는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정치적 유불리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멈추고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슬픔은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인데, 세월호 기일에만이라도 모든 논의를 제쳐두고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요? 정말 우리에게 그 정도 여유도 없는 것인지 마음이 착잡합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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