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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지원이 워라밸의 시작… 정착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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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지원이 워라밸의 시작… 정착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송혜미 기자 입력 2019-04-16 03:00수정 2019-04-1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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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동반 국회 본회의 출석 무산 신보라 의원이 말하는 ‘고용평등법’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실에 아들을 안고 온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아이와 함께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촉구하려 한 신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허로 본회의장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신보라 의원실 제공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려면 국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가 가족 친화적 일터 조성에 함께하겠다는 의지 표명의 기회를 거부한 셈이에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이달 5일 국회 본회의에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등원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현행 국회법상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국회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신 의원은 ‘아이와의 등원’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했으나 문 의장은 고심 끝에 불허했다.

문 의장은 신 의원이 지난해 9월 24개월 이하 영아의 본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불허 이유로 꼽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신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현재 심의 중인 만큼 법안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아이와 함께 법안 설명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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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호주는 의회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지만 의원 자녀는 외부인이 아니라고 해석한다”며 “미국과 뉴질랜드 의회에서도 의원이 영아와 함께 본회의장에 등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이와의 등원은) 의지의 문제였다. 영아 출입의 전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경직된 사무처 분위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 의원이 아이와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했던 것은 국회부터 가족 친화적 일터로 만들겠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최근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제안 취지를 국회의원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 △모든 출산휴가의 유급화 △출산휴가를 사용한 배우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 처벌 등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육아휴직 부부 동시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분할 사용’ 유연화 △직장어린이집 비정규직 자녀 입소 차별 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환노위원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성의 독박육아로 이어지기 쉬운 제도적 허점을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의원은 운이 좋게도 출산 직후 회사원인 남편이 한 달간 휴가를 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었다. 신 의원은 “몸도 회복되지 않고 육아도 낯설기만 한 출산 초기에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 때문에 부부 동시 육아휴직 등을 허용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 일·가정 양립과 재정 부담 사이에서

그러나 환노위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민간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배우자의 출산휴가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등의 반대가 쏟아졌다.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업에 부담을 지울 순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급여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돼 있으나, 현재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원이 사용자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급 출산휴가를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면 기업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최근 ‘고용 참사’가 이어지며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출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6397억 원)를 기록한 만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까지 늘어나면 기금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경영계의 한 인사는 “모성 보호와 관련한 지원은 고용 불안과 관계가 없는 만큼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신 의원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확대되면 애사심이 더 높아지는 만큼 기업에 마냥 부담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과 막대한 재정 부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신 의원은 또 “진정한 의미의 일·가정 양립은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가 정착돼야 실현된다”며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아이와 함께하는 본회의장 등원은 좌절됐지만 상임위 회의장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상임위에 아이를 데려갈 때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필요 없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고용평등법#신보라 의원#영아 동반 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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