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스페인 北대사관, 암호해독 컴퓨터 강탈 당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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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5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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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밀사항 ‘변신용 컴퓨터’ 강탈 가능성”
“최근 주중·주유엔 대사 평양 복귀 이유도 연관 가능성”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 News1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 News1
북한이 해외공관과 주고받는 전보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특수암호기술’을 탈취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매체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에서 괴한 난입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대사관에 침입한 괴한은 직원들을 결박하고 4시간 가량 억류한 뒤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한달 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기밀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대사관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바로 평양과 대사관이 주고 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변신용 컴퓨터’”라며 “그런데 그 암호프로그램이 담겨져 있는 컴퓨터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일”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특수암호 기술은 그 어떤 서방 정보기관도 풀수 없다는 ‘항일발치산식’이라고 불린다. ‘항일발치산식’은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 때 발명한 것으로서, 소설책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여러 소설을 보낸 후 암호문을 보내면서 암호전문마다 서로 다른 소설의 페이지와 단락에 기초해 해독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수학식으로 되어 있는 서방식 암호작성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탈취 당했다면) 아마 원천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이미 나간 북한 소설들을 다 없애버려야하며, 한동안 평양과 모든 북한 공관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북한이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전략을 정립하면서 중국, 러시아, 뉴욕주재 대사들을 평양으로 불러 들였는데 그 이유도 전보문을 통해 비밀사항을 현지 대사관에 내보낼 수 없는 상황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이라면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했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지시켰어야 했는데 그것을 빼앗겼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새로운 입장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방향을 일단 정립한 것 같다”며 8일 노동신문을 통해 합의문 없이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15일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탈퇴할 수 있음을 시사,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돌연 철수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특이한 보고 체계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일보고인 ‘일보’와 주간보고인 ‘주보’를 받는데, 주보는 정책방향이 담긴 주요 문건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열람한다는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일보인 경우 대체로 그날로 비준되어 내려오고, 주보인 경우 수요일에 내려오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대체로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내려온다”며 “만일 수요익이나 목요일에 문건이 비준되어 내려와 당장 집행해야 할 내용이면 당일 집행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금요일, 혹은 토요일부터 집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 5일(화요일) 북한에 도착한 후 6일(수요일) 북한 외무성이 회담 결렬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주보’를 올렸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13일(수요일)에 미국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보좌관이 언론에 대북강경 발언을 내고 있으므로 기선제압선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주보’로 보고했을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이번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방적 철수 역시 20일 ‘주보’를 통해 개성과 금강산 관광 제재를 풀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다시 압박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보내겠다는 내용이 올라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향후 동향과 관련해선 “핵이나 미사일실험 재개와 같은 물리적인 행동은 자제하고 한국, 미국과의 관계는 한동안 냉각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접근을 눈에 뜨이게 강화하여 대북제재에 파열구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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