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복수의 한국선박 불법환적 정황 잡고 추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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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노이 이후 첫 대북제재]의심 리스트에 한국선박 1척 첫 포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1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주의보(Advisory)’를 발표하고 대북제재의 가장 큰 구멍으로 꼽히는 북한 선박과의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8척의 선명과 국적을 공개했다.

선박 대부분이 토고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국가나 러시아 등 북한과 가까운 국적의 배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 선박으로는 유일하게 한국 국적의 ‘루니스(LUNIS)’호가 ‘불법 환적 의심 리스트’에 포함됐다. 아직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국무부와 재무부가 공동 명의로 발표하는 대북제재 관련 보고서에 한국 선박이 등장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해 ‘제재 대열에 확실히 동참하라’는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 지난해 9월 여수항서 조사받은 루니스호

지난해 9월 23일 전남 여수항에는 건조된 지 30년 된 길이 102m, 총톤수 5412t 규모의 한 유류제품 운반선이 정박해 있었다. 부산 소재의 선사 에이스마린이 2016년 중고 선박으로 사들인 ‘루니스’호로 이날 출항이 보류된 상태였다. 북한 선박과의 불법 환적 거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해양수산부가 출항을 막았다. 외교부와 관세청 등 관계 부처가 조사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을 출항 보류시켰고 관계 부처 조사가 끝난 뒤 10월 15일 출항 보류 조치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루니스호가 북한 선박과 불법 환적을 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뒤에도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추적해 루니스호 이름을 보고서에 올린 것이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 등은 루니스호 외에도 복수의 한국 선박이 북한 배와 불법 환적을 진행한 정황 증거를 입수하고 해당 배들을 면밀히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루니스호는) 한미 간에 예의 주시해 온 선박이며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루니스호는 출항 보류 조치가 해제된 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해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화물을 옮겼다. 온라인 선박추적 웹사이트 ‘베슬파인더’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올 1월 중순엔 부산항, 2월 중순엔 울산항에 기항했다. 19일 현재 중국 저우산(舟山)항 인근 해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제재 대열 동참하라는 경고 메시지”


한국 선박의 이름이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것은 ‘하노이 결렬’ 이후 강경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재무부에서 한국 선박 이름을 대놓고 올렸다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경고다”라며 “추후에 해당 선박을 소유한 회사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넓게 보면 (제재 대열에 충실히 동참하라는)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1일 성명에서 “미국은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들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감추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트위터에 “북한 제재 회피에 관여하지 않도록 자신들의 행동을 검토하고 신경 써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의 독자 제재는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가운데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다음 주 미중 무역협상 실무협의를 앞두고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해운업체 2곳을 제재하자 ‘미중 양국의 북핵 문제 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관련 잘못을 즉시 중단해 양국의 관련(북핵) 협력에 영향을 주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어떤 국가든 자국법으로 중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주애진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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