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는 제재 경고, 北은 연락사무소 철수 뒤통수… 길 잃은 대북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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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미 양쪽에서 냉담한 반응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북한은 어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고,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새로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

미 재무부가 하노이 핵 담판 결렬 3주 만에 중국 회사를 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은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분명히 선을 긋고, 중국에 대해선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 재무부는 또 북한산 석탄을 수출했거나 북한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95척의 리스트를 갱신하면서 한국 국적의 선박도 포함시켰다. 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당장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대북제재에 이견을 보이는 한국 정부를 겨냥해 옐로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제재 공조 여론과는 달리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남북경협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연락사무소 북측 인원을 철수시키며 뒤통수를 쳤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비핵화 협상 중단 검토’ 발언을 한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조치로 보인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는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를 향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접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남북경협에 나서라는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이러다가 한국 정부는 북-미 양쪽에서 다 외면받는 궁색한 지경에 처할 수 있다. 외교적 쓰나미가 몰려오는 위기 상황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설픈 중재자, 촉진자론은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게 아니다.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 공조를 공고하게 복원해 그 힘을 바탕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대화의 길이 열린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개성 연락사무소#북한 철수#하노이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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