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10% 떨어지면 3만2000가구 보증금 못 돌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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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세시장 상황’ 보고서… 아파트 52% 2년전보다 전셋값↓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떨어지면 3만2000여 가구는 예·적금 통장을 깨고 은행 빚을 내더라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2018년 정부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약 211만 임대 가구를 대상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10% 떨어지면 임대가구의 5.6%(11만8000가구)는 대출을 받아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고, 1.5%인 3만2000가구는 추가로 돈을 빌려도 보증금 차액을 마련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더라도 추가로 자기 돈을 보태야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

전세 계약이 끝나고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전체를 돌려줘야 하는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전체의 14.8%(31만2000가구)가 기존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추가로 빚을 내더라도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임대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은 지난해 3월 78.0%까지 올랐다.

최근 주택시장을 보면 실제로 전세가격 하락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은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로 최근 전셋값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 2월 전세 계약을 한 전국 아파트 중 52%가 직전 거래가 있었던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변성식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장은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부채비율이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전세시장#전셋값 하락#역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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