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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중 4명만 정장출근… 은행원 유니폼도 점점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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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중 4명만 정장출근… 은행원 유니폼도 점점 사라져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3-16 03:00수정 2019-03-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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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넥타이 풀고 청바지 입는 기업들
최근 복장 자율화를 선언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직원들 모습. 사진 출처 골드만삭스 홈페이지
“더 편안한 근무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복장 규정을 완화합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4일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대표가 보낸 e메일을 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셔츠와 넥타이, 구두를 고집하던 이 회사가 복장 자율화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장을 선호했던 보수적 성향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물론 회사가 찢어진 청바지나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건 아니다. 솔로몬 대표는 “고객의 기대에 맞는 방식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 어떤 복장이 적합한지, 여러분이 더 좋은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 일부 부서에 한해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 그런데 복장이 자유로웠던 부서의 노동생산성이 정장을 갖춰 입은 부서보다 높았다. 이런 결과에 따라 이번에 복장 규정을 회사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솔로몬 대표의 개인적 성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과 고급 정장을 입고서 거액의 거래를 주선하는 월스트리트 금융인의 상식을 이미 깼던 인물이다. 상장 주간사회사 선정을 놓고 IB들이 경쟁하는 자리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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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직원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의 생각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인재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월가에서 편안한 분위기의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실리콘밸리와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남성패션, 헤어스타일링 강의 여는 현대차그룹

복장에 관해 골드만삭스만큼이나 보수적인 국내 기업이 현대자동차다. 한여름에도 넥타이와 정장을 입었고, 흰색 셔츠 외에는 색깔 있는 셔츠를 암묵적으로 금지했다.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복장 자율화를 하지 않고 있던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현대차마저도 1일부터 임직원 근무 복장의 완전자율화를 실시했다. 1967년 창립 이후 52년 만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수준을 넘어 평일에도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유연한 복장을 통해 경직된 사고와 획일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보자는 취지였다.

4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1층에서 현대차 직원 200여 명이 복장 자율화 이후 새로운 기업 문화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넥타이에 정장을 고수하던 현대차 직원들이 이제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소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17년 신차를 공개하는 공식적인 무대에서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산업이 IT와 결합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IT 기업과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복장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정 수석부회장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모두에도 복장 자율화가 적용됐다. 직원들을 이런 변화에 적응시키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18일부터 ‘자율복장에 따른 패션 제안’이라는 주제로 여성 메이크업 강의와 남성 패션, 헤어스타일링 강의를 열기로 했다. 옷을 새로 사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25일부터는 캐주얼 특가전을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열기로 했다.


○ 아이폰이 바꾼 한국 직장인의 옷차림

삼성패션연구소는 1998년부터 재미있는 조사를 하고 있다. 매년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에 일정 시점을 정해 시청역, 삼성역, 여의도 일대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살펴보고 정장과 캐주얼 비율을 조사한다. 정장과 캐주얼을 구분하는 기준은 넥타이 착용 여부다. 2007년엔 정장과 캐주얼 비중이 7 대 3이었는데, 2008년부터 그 간격이 급격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1년엔 캐주얼이 정장을 제쳤다. 2014년부터는 정장과 캐주얼이 4 대 6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정장이 39%, 캐주얼이 61%였다.

한국 기업에 이런 복장 자율화 바람을 일으킨 사람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잡스는 혁신의 상징인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한국 기업에서도 캐주얼 차림 문화가 퍼지면서 삼성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시범 시행하던 자율복장제도를 2008년 사무직을 포함한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이에 앞서 2000년에 이미 복장 자율화를 도입한 SK그룹은 2012년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여름철엔 반바지까지 허용했다. 유니폼을 입고 고객을 맞이했던 KB국민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내 금융권 텔러 등도 유니폼을 벗어던졌다.


▼ 딱 달라붙거나 속옷 비치면 ‘패션 파괴자’ ▼

비즈니스 캐주얼도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입어야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시도할 때 “편안하되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LF 제공
비즈니스 캐주얼은 그저 ‘편안하게’만 입으면 되는 옷일까?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고 말한다. LF 마에스트로의 김현진 디자인실장은 “옷을 입을 땐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게 격식 있는 캐주얼을 선택해야 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며 “피해야 하는 코디 몇 가지만 기억하면 최소한 꼴불견 패션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남성들, 은갈치·아버지옷 패션은 제발…

김 실장은 남성들 중 간혹 캐주얼을 입는다면서 점퍼 등 아웃도어 제품이나 스포츠 스타일 옷을 입고 회사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젊은 시절 즐겨 입던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나 라운드 티셔츠, 청재킷, 모자 달린 옷은 피하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이돌 가수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신발 △주머니에 휴대전화나 수첩, 지갑을 넣어 볼록한 모양이 되는 패션 △아버지 옷을 입은 듯한 펑퍼짐한 스타일 △딱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나 타이트한 셔츠를 입을 경우 ‘패션 파괴자’로 불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간혹 정장을 입을 때 흰 양말을 고수하는 남성들이 있다. 정장을 입을 때는 무조건 검은색이나 어두운 양말을 신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여성들, 공주풍·지나친 노출은 NO!

LF 닥스여성의 여효빈 디자인실장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직장인들은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T.P.O에 맞도록 스커트와 바지 정장, 베이직한 셔츠를 마련하되 스카프, 코르사주 등의 액세서리를 기본적으로 두루 구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새내기 직장인의 경우 학창 시절을 잊지 못해 요란한 러플, 리본, 레이스 장식을 선호하는 것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일지는 모르나 직장인의 느낌은 주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노골적으로 맨몸을 드러내는 패션은 말할 것도 없고 ‘은근히’ 속옷을 드러내는 패션도 피해야 한다는 게 여 실장의 조언이다.

셔츠 연출 시에는 기본적인 매너로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어깨 끈 톱을 입거나 셔츠 컬러에 맞춘 속옷을 선택해야 한다. 가령 흰색 티셔츠 안에 원색 컬러의 속옷을 입거나 언더셔츠를 입지 않아 속옷이 비쳐 보이는 경우엔 입은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서로 민망해질 수 있다. △목 부분이 넓어 어깨가 일부 드러나는 상의 △레깅스 위에 긴 상의만 입어 하의를 입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의 패션 △큰 구멍의 망사 스타킹도 비호감 패션 중 하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직장인#기업 문화#복장 자율화#비즈니스 캐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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