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MB에 뇌물 준거 아냐…北 접촉위해 일부 전달”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5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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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원세훈에 특활비 2억 등 수수 혐의
원세훈 "김백준과 대화도 안해" 2억 부인
10만 달러 전달 인정…"靑 요청은 아니다"
전 기조실장 "MB, 상납 사실 모를순 없어"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뇌물을 준 것이 아니다”며 “10만 달러는 당시 대북접촉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달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원 전 원장은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과 2011년 9~10월에 원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2억원 및 현금 10만 달러를 전달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억원은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받고, 현금 10만 달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받았다는 내용이다.

1심은 원 전 원장이 국고를 손실했고, 이를 지시한 이 전 대통령도 공범이라고 보고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같은 1심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기 위해 원 전 원장을 법정에 불렀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김 전 기획관은 증인이 원장직 유지를 위해 2억원을 제공한 것이라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원 전 원장은 “제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한 것이 아니다. 무슨 말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아 개인적으로 대화한 적도 없는 사람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검찰조사에서 해외 순방비용으로 돌려서 특활비로 제공했다고 진술했나’는 물음에는 “그 당시에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고, 여러 부서에서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상태에서 답변을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반면 김 전 실장을 통해 10만 달러를 전달한 것은 일부 인정했다. 다만 뇌물이 아닌 당시 대북 접촉 과정에서 청와대에 필요할 것으로 보여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청와대의 요청이 아닌 장관 등의 인물들과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최근 기억을 떠올려서 보니깐 확실하게 한 번 정도는 (돈을) 김 전 실장에게 갖다주라고 한 것이 기억이 난다”며 “2009년에는 국정원장이 직접 대북 접촉했지만, 2011년에는 청와대가 접촉해 대통령께 대북접촉하는 사람의 격려금이나 일반적인 예산 등 필요한데 쓰시라고 보낸 것이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일국의 대통령이 10만 달러를 받아 대북접촉 관련 무엇을 할 수 있나’고 묻자 “보통 한 번에 큰 금액을 보내지는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서 쓸 수 있는 돈이다”고 답했다.

원 전 원장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상납받는다는 사실은 알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의 취임 초기 기조실에서 근무한 김 전 실장은 원 전 원장의 전임인 김성호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부터 국정원 예산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 전 실장은 ‘증인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한 이유가 국정원 자금을 청와대에 상납하는 문제를 대통령에게 직접 문제삼기 위해서였냐’는 검찰의 질문에 “사방에서 국정원 돈을 보태달라는 공식, 비공식적인 요청이 있어서 곤란하지 않겠냐는 걱정을 말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말씀은 별로 없었지만 공감하는 걸로 생각해 밑에다 얘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다만 “제가 대통령에게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하는게 문제 있다) 그런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말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이야기하니 비자금이 조심스러운데 곤란하지 않겠나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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