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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부동산 인사이트]수도권집중 억제 정책, 성공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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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부동산 인사이트]수도권집중 억제 정책, 성공 못하는 까닭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입력 2019-03-15 03:00수정 2019-03-1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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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도시로 보는 미국사’에 따르면 1900년대 초중반 미국 대도시에 살던 부유한 백인들이 대거 도심을 떠나 시 외곽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의 보급 때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종에 따른 주거 분리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이 발달한 산업 중심지를 향해 남부의 흑인들이 유입되자 백인들이 도심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시카고다. 1910년경 시카고 흑인 인구의 78%가 도심의 사우스사이드에 집중됐고 백인들은 이를 ‘검은 벨트’라고 불렀다.

세월이 흘러 이제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19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대도시로 부유한 노인들이 회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런던이다. 2011∼2016년 사이에 런던의 평균 연령이 갑자기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홍콩과 미국, 뉴욕 등 세계의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런 현상을 부추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의료 산업의 발달일 것이다. 부유한 노인들일수록 실력 있는 의사들이 있는 좋은 병원 근처에 머무르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현대인의 도심 회귀 현상을 강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일·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여성 취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87.2%로, 2013년(84.5%)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자녀가 어리거나 자녀 수가 많을수록 맞벌이 비율은 낮다. 또한 자녀가 어릴수록 맞벌이 가구 여성의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에 대해 현대 경제 주체들은 ‘직주근접’으로 대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맞벌이 여성이 늘어나며 직장과 주거지 사이 통근 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정보통신혁명의 시작도 도심으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책 ‘경영학 수업’의 저자 이리야마 아키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지식산업일수록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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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력이 필요한데, 이들은 다양하고 두꺼운 인력 시장이 형성된 도심으로 모여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이 많은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므로 이런 흐름은 강화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스타트업의 관계도 도심으로의 유입을 촉진시키는 포인트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좋다.

결국 첨단 지식산업이 발달할수록 몇 안 되는 중심지에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부가 그토록 강하게 추진했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가 유효하지 않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 아니다.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와 지식산업의 발달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수도권집중#홍춘욱의 부동산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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