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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재자가 아니었다, ‘北 달래는 역할’ 계속될 경우엔…[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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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재자가 아니었다, ‘北 달래는 역할’ 계속될 경우엔…[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입력 2019-03-14 14:00수정 2019-03-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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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북한은 미국과 직통 채널이 있고, 한국 정부의 ‘북한을 달래는 역할’에 대해서도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났듯이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협상 결렬을 예상하지 못하는 등 중재자 역할에 회의적 시각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연두(서울대학교 종교학과 16학번), 박지혜(고려대 미디어학부 15학번), 김가은(동아대 국제학부 졸업·13학번), 김지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사회학 14학번·이상 아산서원 14기)


A. 중재란 말은 국어사전에 있는 설명으로는 ‘분쟁에 끼어들어 쌍방을 화해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분쟁에서 쌍방을 화해시킴으로써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미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다수의 국내 언론도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재’라는 말은 국제관계 측면에서 다른 의미가 존재합니다. 국제관계에서도 분쟁의 제3자 해결 방식으로 ‘중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쟁당사자들이 함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분쟁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죠. 이러한 조정 요청을 수락한 제3자가 분쟁 조정안을 냈을 때 이를 구속력이 있는 최종적인 효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중재(arbitration)라고 하고, 단지 권고적 효력만 있고 당사자가 이를 참고만 하는 것을 중개(mediation)라고 합니다. 이 두 단어를 모두 ‘중재’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동아일보 DB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제기되는 첫 번째 질문은 과연 한국을 중재자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설명 드린 것처럼 중재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맡게 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제3자가 아닙니다. 핵문제의 당사자입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재란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과연 미국과 북한이 함께 한국을 중재자로 인정하고 그러한 역할을 요청해왔는가 입니다. 미국이나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고 이를 수용하도록 미국과 북한을 설득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하신 내용과 같이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논의했고 우리는 이를 전해 듣기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국제관계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해 온 역할은 대화를 연계함으로써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하는 ‘촉진자’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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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질문하신 요지와 같이 한국 정부의 ‘북한을 달래는 역할’이 계속될 경우 한미 간에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 그리고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 달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이러한 역할에 대해 미국도 신뢰를 보였고 한미공조가 잘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작년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부터 한미 간에 이견이 종종 노출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자 미국 국무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통 외교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물 밑에서 조율하는데,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그만큼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상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중재자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는 희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부적절한 접근이었고, 미국이나 북한도 한국을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을 우리 정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발표된 외교부의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보다 적절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촉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상회담 결렬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에, 당분간 북미 간에는 냉각기가 불가피 합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대화 기조만큼은 이어가려 할 것이므로 그 기회를 잘 보아서 대화를 다시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편을 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만을 주장한다면 제대로 된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비핵화 로드맵과 같이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면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이야기 할 때 비로소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너무 서두르거나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을 전해서는 안 되고 침착하면서도 균형 있는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안보이익, 즉 ‘비핵평화’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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