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인증샷 찍고 11분만에 끝… “진짜 도움되는 일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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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따라가보니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서울시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자전거를
 청소하고 있다. 이 작업은 6명의 노인이 10분간 진행했다(왼쪽 사진).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놀이터
 행복지킴이’로 일한 노인 2명이 주운 쓰레기. 2명의 노인은 10분 정도 쓰레기를 주운 뒤 간식을 나눠 먹고 귀가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서 서울시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자전거를 청소하고 있다. 이 작업은 6명의 노인이 10분간 진행했다(왼쪽 사진).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공원에서 ‘놀이터 행복지킴이’로 일한 노인 2명이 주운 쓰레기. 2명의 노인은 10분 정도 쓰레기를 주운 뒤 간식을 나눠 먹고 귀가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10분씩 몇 번 일하면 27만 원 주니까 좋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동료 노인 5명과 함께 자전거 청소를 하던 이모 씨(72)가 본보 기자에게 말했다. 곧이어 한 할머니가 “춥다. 슬슬 들어갑시다”라고 하자 70, 80대 남녀 노인 6명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자전거 청소 일은 11분 만에 끝났다. 노인들은 청소 작업에 앞서 복지관에 보낼 ‘출근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날 6명은 10분 남짓 동안 자전거 3대와 거치대 7개를 닦고 주변 청소를 했다. 이렇게 월 7∼10차례 일하면 27만 원을 받는다.

본보가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 진행되는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작업 현장 5곳을 둘러본 결과 이 중 4곳이 필요 이상의 인력이 투입돼 있거나 작업 활동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 일자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효성 없는 일자리정책으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관리 허술한 노인일자리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 사업체와 함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늘리겠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올해 복지부는 작년보다 10만여 개 늘어난 총 61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전국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 중 서울시에 할당된 일자리는 7만5000여 개로 약 2150억 원(국비 30% 서울시 예산 35% 서울시 각 자치구 예산 35%)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시의 일자리는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인력파견형, 시장형 일자리로 구분되는데 ‘따릉이 청소’ 같은 공익활동형이 전체의 78%로 가장 많다.

18일 오전 9시경 서울 중구의 한 주택가에서는 넘어짐 사고 방지를 위해 계단 끝부분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는 ‘옐로우 굿라인’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작업에는 인근 복지관 소속 노인 2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1m 길이 계단 7칸에 페인트를 칠했다. 작업에 참여한 박모 씨(75)는 “대부분 자리만 지킬 뿐 실제 일하는 사람은 5명 정도”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공원에서 ‘놀이터 행복지킴이’로 일한 노인 2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주 업무는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하지만 노인들이 근무한 1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3명이 왔다. 노인들을 관리하는 복지관 측은 “아이들이 없을 때는 환경미화 활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지만 노인들이 출근했을 때는 이미 구청에서 채용한 공공근로자가 공원 청소를 마친 상태였다. 2명의 노인은 이날 전단과 명함 몇 장, 담배꽁초 등 한 줌의 쓰레기를 줍고 지인들을 불러 커피, 초콜릿 등을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했다.

○ 노인 주도적 참여 일자리 만들어야


제대로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군자역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들은 4명이 1개 조를 이뤄 3시간씩 4교대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활동한다. 근로시간을 잘 지킬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노인일자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 다양한 종류의 노인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국가 주도로 ‘할당 일자리’가 내려오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들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에 관리 인력이 부족하지만 노인들이 밖에서 활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노인복지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행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해 노인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익형 일자리가 돈 나눠주기식으로 운영될 경우 정작 필요한 노인복지에 돈이 쓰이지 못할 수 있다”며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에) 민간 사업장 연계 비율을 늘리는 등 노인들이 적극적인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ksy@donga.com·김자현 기자

‘노인일자리, 인증샷 찍고 11분만에 끝… “진짜 도움되는 일 원해”’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2월 21일자 사회면에 “노인일자리, 인증샷 찍고 11분만에 끝… 진짜 도움되는 일 원해””라는 제목으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이 10분 일하고 (월 7-10회씩 10분) 월 27만원을 받는 것으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13일에 10분 일한 것은 활동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14일에 규정대로 3시간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인터뷰 내용도 사실과 달라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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