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모절차 무력화시킨 靑 월권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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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수석실 정상 업무” 해명 논란
기관장 인선 추천단계부터 협의… ‘낙하산 배제’ 원칙 무너뜨려

환경부 건물. 뉴시스
환경부 건물. 뉴시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수석실 오더(지시)를 받았다”는 환경부 관계자의 진술에 대한 청와대 해명이 검찰 안팎에서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와 부처의 산하 기관장 인선 협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는 청와대 해명은 ‘낙하산 인사 배제’라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면(任免)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서 공모 절차가 있는 산하 기관장 인선에 대해 청와대가 각 부처 추천위원회 단계부터 개입하는 것은 인사 공정성을 해치는 월권행위라는 것이다.

통상 정부부처 산하 기관의 기관장과 임원은 부처별 추천위원회에서 1차 후보를 선정한다. 환경부의 경우 ‘환경부 산하기관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모 절차를 통해 일주일 동안 지원자를 모집한다. 이어 추천위가 후보자의 자격을 심사한 뒤 환경부 장관에게 적임자를 추천한다. 장관이 다시 대통령에게 복수 후보를 제청하면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기관장이나 임원이 임명장을 받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모 절차의 취지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투명하게 후보자를 선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는 장관이 제청한 후보 중에서 재량으로 대상자를 고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모 절차에서 청와대가 지원자를 추천하는 것도 협의라는 말 속에 숨길 수 있다. 이건 공모 절차 취지를 무력화하는 사실상의 인사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표적 감사’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임면권이 있는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기관장과 임원은 직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거나 직무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상 임기를 보장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을 복원해 한국환경공단 김현민 전 상임감사에 대해 ‘(사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감사 지속’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전임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청와대가 ‘무한’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문재인 정부#환경부 블랙리스트 파문#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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