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이게 국회냐, 해산 요구 쓰나미 올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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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원내대표 불러 파행국회 질타… “정치인생서 이렇게 화낸 건 처음”
李총리 “하루도 안 열린 국회 우려”

문희상 국회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이게 국회냐. 곧 (민심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국회로 몰려들 수 있다.”

19일 오전 국회의장 접견실.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5당 원내대표를 소집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문 의장은 “국회가 원내대표들만의 국회냐. 이러면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누가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쓰나미가 몰려오면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문 의장의 고함 소리는 접견실 문밖에까지 흘러나왔다.

문 의장은 이날 작심한 듯 “국회가 뭐 하나 한 게 있나. 사법 개혁이 됐나, 국가 기관 개혁이 됐는가”라며 “그러니 5·18 (폄훼 논란)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의 운명은 마치 (러일전쟁 직후) 가쓰라-태프트 밀약 때처럼 위중하다”며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 앞에서 국회가 하는 것 없이 서로 치고받기만 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문 의장의 호통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문 의장이 회동 후 ‘정치 인생에서 이렇게 화낸 것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격정 토로에도 불구하고 이날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은 또 불발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오전 문 의장과의 회동 후 오후 별도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된 것. 문 의장은 여야 협상 결렬 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 서한을 보냈다. 그는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의 삶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 들어 국회(본회의)가 단 하루도 열리지 못했다”며 국회 파행 장기화를 우려했다.

이 총리는 “초등 1, 2학년 영어 교육 부활은 이달 안에, 탄력근로제는 3월 안에 결정돼야 한다. 국회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경제 법안이 많은데 이런 법안 처리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박효목 기자
#문희상#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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