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불황에 달러 강세… 한국 등 신흥국 자금이탈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연초부터 심상찮은 글로벌 경제

“지금 당장 불황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지역은 유로존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

연초부터 유럽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의 얘기가 아니라 유럽 경제의 중심축인 독일, 프랑스 등의 문제라 더 심각하다. 유럽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면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 시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3%로 끌어내렸다. 올해 유로존의 전망치는 지난해 8월만 해도 2.0%였지만 6개월 만에 0.7%포인트가 내려왔다.

최근 유로존 경기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독일의 자동차산업 부진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독일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에 머무르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달 폴크스바겐의 판매는 중국발 악재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들었다. 지난해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시험 방식(WLTP)이 도입되면서 신차 인증이 지연돼 생산 차질이 발생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향후 미국이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근거로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 전체 민간소비의 20%를 차지하는 프랑스는 최근 ‘노란 조끼’ 시위의 장기화로 민간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프랑스 민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다른 곳들도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서는 정부 예산안이 24년 만에 국회 통과에 실패하면서 4월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내 반(反)EU, 포퓰리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처럼 유럽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최근 브누아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은행에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새로운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CB 총재는 올 10월 교체가 예정돼 있다.

유럽 경제가 불안하다 보니 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방침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15일 현재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6.904로 연초 대비 1.0% 오른 상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유럽 경기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며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유로존 불황#국제 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