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의 비핵화 이탈 시사… 北-美 ‘졸속합의’ 방관해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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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나는 속도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막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목표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탄두·물질의 폐기를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 대신 미래 핵개발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목표를 낮출지 모른다는 국제사회의 관측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도 1차처럼 성공적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대수준을 낮추려 하는 것은 실무협상 단계에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측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상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이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에는 일단 핵시설 폐기와 ICBM 등에 집중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을 갖고 다음에 차차 얻어내겠다는 단계적 접근 방침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재 일부 완화 등 당근이 제공될 경우 북한을 견인할 동력은 급속히 약해지고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멀어져 갈 위험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만 해도 외교적 성공이라는 논리를 확산시켜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이다. 이번 회담이 끝나면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의 전략이 무엇이든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목표는 분명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핵탄두·물질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완전한 비핵화의 대장정은 무산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 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해야 한다. 북-미 회담이 북-미 간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 의회와 언론, 싱크탱크 등 전방위에 걸친 총력 외교전을 펼쳐 북-미 졸속 합의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옆집 불구경하듯이 지켜만 보는 방관자 역할은 직무 유기다.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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