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구속시킨 직장 성범죄 핵심 ‘위력’…어떤 경우 인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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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7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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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최호식·김문환 모두 ‘업무상위력’ 유죄
‘자유의사’ 제압 여부가 핵심…피해자 중심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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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등 업무관계가 배경이 돼 발생하는 ‘업무상 위력’ 성범죄에 대해 최근 법원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직장 상사가 자신이 가진 지위·권세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건이다.

위력이 존재했는지, 실제로 행사됐는지를 세밀하게 따져 상대적으로 성폭력의 범위를 좁힌 기존 판결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자유의지’가 제압됐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유무죄를 가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은 여직원을 업무상 위력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65)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쟁점은 ‘과연 피해자가 동의했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최 전 회장 측은 “피해자가 웃음과 상냥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브샷에 응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동의의 의사 표시로 보지 않았다. 아무리 피해자가 최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해도, 20세인 사회 초년생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회장과 식사 자리에서 러브샷 등을 거절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서 핵심은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호식 사건에서 재판장은 “회사 내 지위나 나이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피고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전 회장이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근 가장 크게 논란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항소심에서도 적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도지사였고 피해자는 그를 여당 차기 대권후보로 인식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안 전 지사의 지위·권세는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의 여직원과 성관계를 한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김 전 대사를 모셔야 했던 피해자가 성관계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봤다. 지휘·감독관계에 있을 경우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불가능하다고 본 판단이다.

법조계에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에서 이 ‘자유의사’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는 위력이 있다는 것과 피해자에게 그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따져 유무죄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반해 성행위가 이뤄졌는지를 보고 그 연장선장에서 위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존에는 ‘억울한 피고인을 한명도 만들지 않는다’는 대원칙 아래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 저항했는지를 따져 위력의 여부를 판단했다”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는 결국 성폭력 범죄의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거나 반대 증거가 있을 경우,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 지난 14일 제주지법 항소심은 업주에게 마트 입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며 간음한 혐의를 받는 양용창 제주시농협조합장에게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쉽게 배척하기 어렵고, 사이가 비교적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5세 여중생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60대 남성에 대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돼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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