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총리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아베에 깜짝 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7일 17시 06분


코멘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시내 강연에서 “대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시내 강연에서 “대일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치, 행정 뿐 아니라 미디어도 모두 이상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16일 도쿄(東京) 분쿄(文京)구민센터에서 ‘지금 왜 탈(脫)대일본주의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을 더 위험한 국가로 이끌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강의를 시작하며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점을 언급하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때 청중들도 웃으면서 동의했다. 그는 “남북평화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노력했고, 김정은도 결단을 내렸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짓고자 한다. 그런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아베 총리의 말에 너무나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일본주의’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아시아 제국을 침략하며 내건 구호라고 설명한 뒤 아베 정권이 두 가지 점에서 대일본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야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원전 고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언젠가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야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UN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시아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면 일본이 UN 상임이사국이 되면 미국 표가 하나 늘어나는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UN 상임이사국 진출을 통해 일본의 발언권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아베 총리가 국회연설에서 중국, 북한과 관계가 개선됐다고 말하면서 왜 군비는 늘리는지 의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외교력을 통해 상대국이 일본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를 없애는 것이다. 그럼 일본에 대한 위협은 자연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일본이 유일하게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하자 청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일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타국에 대한 존중을 해야 한다. 그럼 전쟁 위협도 자연히 줄어든다”며 “그렇게 되게끔 만들기 위해 ‘탈대일본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정치 명문 하토야마 집안의 장남으로 1947년 2월 도쿄에서 출생했다. 1981년 일본 센슈(專修)대 경영학부 조교수를 지내다 정계에 입문해 1986년 자민당 후보로 중의원 선거에 처음 당선했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 총리에 올랐다.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경남 합천군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 등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