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또 두 자릿수 인상 요구 가능성…韓 대응 방안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7일 0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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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올해 인상률 최소화하느라 유효기간 1년 받아들여
美 최초 제시금액 전년 대비 50% 증가한 1조4400억원
내년에도 두 자릿수 압박 전망…나토는 30% 인상 결정
"비핵화 위해 동맹 튼튼해야…상황에 맞는 정책 필요"
"한미동맹 리스크 줄이려면 다년 협상으로 되돌려야"
"통상에서 양보 받고 방위비 인상 요구 수용할 수도"
"깜깜이 집행내역의 투명성 높이는 방식도 고려해야"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 난항 끝에 타결됐지만, 협정 유효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아 내년치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인상 압박이 또 다시 재현될 전망이다.

한미 외교당국이 지난 10일 가서명한 협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올해 방위비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당초 미국 정부가 ‘최상부 지침’이라며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0억달러(1조1240억원)보다 적은 액수로 타결을 본 것이다.

한미 양국의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지난해 10차례 회의를 열어 협상을 진행했는데, 미국 측이 최초 요구한 방위비분담금 총액이 1조44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협상 과정에서 금액은 상당히 많이 깎인 셈이다.

우리 측은 방위비분담금 협정의 양대 쟁점 중 하나인 총액 면에서 이득을 봤다. 그러나 유효기간 면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대로 1년을 수용했다. 종전에 협정은 2~5년 주기로 협상돼 왔으며, 지난해까지 적용된 제9차 협정도 5년짜리였다.

이에 따라 한미는 내년치 방위비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새 협정을 올해 중에 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은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받았던 미국 측의 대폭 증액 압박을 올해에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측이 올해 방위비로 최초 제안한 금액(1조4400억원)은 지난해 방위비(9602억원)보다 약 50% 늘어난 규모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 측이 협상 과정에서 1조원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액수 차가 좁혀졌으나, 미국 측은 막판에 다시 한국이 12억달러(1조3488억원)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내년치 방위비 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두 자릿수대 인상율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이 지난해 대비 8.2%(787억원) 오른 수준으로 합의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전화 몇 통으로 방위비분담금 5억달러(약 5650억원)를 더 내기로 했다”고 말하며 대폭 증액 요구를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이 걸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동맹국에게 방위비 인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도 대외정책 1순위로 미군 유지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공평한 부담(fair share)’을 언급하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화두로 삼았다.

이에 더해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협상 원칙을 재편할 조짐이라 내년도 방위비 협상은 올해보다 험로를 걸을 전망이다.

미국 측이 올해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내에서 동맹국의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통일된 기준이 정해지면 새롭게 동맹국들과 방위비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중 차기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한국은 동맹국 중에서 새 원칙을 가장 먼저 적용받게 된다.

이 원칙의 내용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다른 동맹국을 기준으로 협상안이 제시된다면 우리로서는 타격이 크다. 나토 회원국은 2020년까지 연 방위비 지출(3100억달러)의 약 30% 정도 오른 1000억달러를 더 부담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50% 가량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일본 수준(약 75%)에 맞추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대두되지 않게 하려면 방위비 인상 요구는 불가피하게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이런 시기적 특수성을 무시한 채 방위비 인상률을 최소화 하느라 유효기간 1년을 받아들인 것은 실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주한미군 규모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2차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며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총액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하되 다년(多年) 협정으로 가는 게 낫다”며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어 비핵화 전에 주한미군 감축이 먼저 올 수 있다. 매년 협상을 하게 되면 이런 리스크가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핵화를 위해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해야 할 때지만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상황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센터장은 아울러 “방위비만 보면 손해보는 것 같지만 통상에서 양보를 받는 방법도 있다”며 “무역전쟁에서 한국의 자동차, 철강이 관세를 안정적으로 적용받는다는 대가로 방위비 인상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경제계가 긴장하고 있다.

방위비 인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집행의 투명성을 요구하자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총액만 놓고 협상하는 탓에 지급된 방위비의 세부적인 집행내역은 알기 힘든 구조다. 깜깜이 논란은 방위비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도 한몫했다. 반면 일본은 필요한 사업을 정한 뒤 구체적인 소요 경비에 따라 총액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일본처럼 소요형으로 전환하면 국민들의 불평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방위비분담금에서 현금 지원을 줄이고, 사업 선정·집행에서 우리 측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같은 맥락에서 요구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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