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발언 파문에 우경화 심화…흥행 안 되는 한국당 全大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7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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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폄훼에 일부 동조까지…전당대회 흥행 적신호
순항하던 당 지지율 꺾여…지도부 늑장 대응도 도마
김현철 "수구반동 회귀…당에서 아버지 사진 떼라"
태극기부대 극성도 부담…극우화 거부감 점점 커져
전국적 돌풍 일으키지 못하고 '그들만의 잔치' 전락
"당 일부 의원도 문제지만 여권 정략적 의도 의심"

자유한국당의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가운데 ‘5·18 정국’ 후폭풍이 전대(全大) 효과까지 잠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야권에서 유력 대권 주자로 불리는 거물급 잠룡들이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면서 여느 전당대회보다 중량감이 커졌는데도 예기치 못한 ‘5·18 망언’이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당 전체가 점점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비대위는 5·18 비하 발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이종명 의원에게 제명을 의결했지만, 당대표·최고위원으로 전당대회에 각각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당헌당규를 명분으로 징계를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대 흥행만을 고려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지도부의 늑장 대응도 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악수(惡手)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2일~14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당은 설 연휴 전인 2주 전과 비교해 2%p 떨어진 19%로 집계됐다.

당내에서는 5·18 망언에 등을 돌린 국민에게서 전대마저 관심권 밖으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경선 첫 TV토론에서 “정치는 빠른 결단,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으냐”며 “앞으로 당 대표가 되면 보다 과감하고 단호한 처리를 하겠다”며 비대위의 늑장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 전대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끊이질 않는 것도 한국당의 골칫거리다.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윤영석 의원은 지난 13일 KBS ‘여의도 사사건건’에 출연해 “1980년 당시 북한군이나 간첩이 광주 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는 생생한 증언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며 이종명 의원이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을 또다시 꺼내 ‘망언’에 동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한국당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5·18을 기념하기 위해 23일간 단식투쟁했고,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부친의 노력이 퇴색될 것을 우려한 현철씨는 “수구반동적인 집단 속에 개혁보수의 상징인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는 자체가 어울릴 수 없는 빙탄지간(氷炭之間·둘이 서로 어긋나 맞지 않는 사이)”이라며 “한국당 전당대회가 수구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확인되면 아버님 사진은 그 곳에서 내려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세(勢) 과시에 나서 당의 우경화를 심화시키는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 지지자들은 합동연설회장을 쫓아다니며 강성우파 김진태 의원을 전략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태극기부대의 조직적인 입당 의혹도 불거져 전당대회가 태극기부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층이나 부동층은 물론 보수권 내에서도 극우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만큼 전당대회가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지 못한 채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한국당의 ‘텃밭’ 대구·경북(TK)에서만 주목받으면 ‘수구 보수’ 꼬리표가 붙은 ‘TK당’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한 당직자는 “실제 당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는 후보의 지지자들이 합동연설회장에서 결집해 마치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비치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이런 전당대회를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5·18 정국을 최대한 끌고 가기 위해 한국당을 제외한 야(野)3당과 공동전선을 구축한 여권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5·18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동조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당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2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청와대에서 임명 거부를 발표하기 전에 사전에 추천을 재고해보라고 귀띔을 주거나, 다른 위원으로 추천하도록 협의를 할 수 있는 문제 아니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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