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최선 다했는데 억울” “합리적 개혁에 동참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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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文대통령 발언에 촉각… 檢지휘부는 별다른 입장 안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올해는 일제 잔재 청산의 원년이 돼야 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권한을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검찰 내부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전날 당정청 협의회가 검찰의 요구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자치경찰제 안을 내놓은 데 이어 문 대통령이 하루 뒤 검찰 개혁을 강조하자 검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부터 이명박(MB) 정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까지 지난 정권을 향한 적폐 수사에 그동안 최선을 다했는데, 이젠 ‘토사구팽(토死狗烹)’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적폐 수사가 끝나자 ‘일제 잔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취지다.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이 다시 소외됐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와 여권이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거부하고 있다’는 식의 일방적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재경지검 소속 부장검사는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줄여 경찰에 주고, 이로 인해 비대해지는 경찰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본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개혁에 찬성한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검찰 지휘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와 체격이 다른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나”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검찰이 개혁 저항세력이 되긴 매우 어려운 형국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검찰 입장을 반영하는 게 낫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검찰#검경 개혁#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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