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부진, 재정으로 메워… “기업투자 못살리면 성장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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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성장률 2.7% 6년만에 최저

지난해 한국 경제는 민간 부문의 부진을 정부가 떠받치면서 겨우 최악을 면한 형국이다. 하지만 올해도 이런 방식이 먹힐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정부가 계속 경기를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67% 중 정부 몫은 0.9%포인트였다. 정부가 지난해 성장률의 3분의 1을 책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 소비는 지난해 5.6% 증가했다. 2007년(6.1%)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부 지출은 지난해 중에서도 연말에 특히 집중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성장률 1.0% 중 정부 기여도가 1.2%포인트나 됐다. 이론상으로 보면, 민간 기여도(―0.3%포인트)를 감안할 때 정부가 전년도 수준의 지출만 했다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났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정부 소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3월) 1.9%포인트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7월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가 그간 미뤄왔던 건설 투자를 집행했고, 건강보험 보장 항목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보험료 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1.1%로 10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해 중반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교역 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 재정에 기대는 방식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엔 대내외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냉각돼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주력 품목의 수출마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무역 분쟁 등의 여파를 고려해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내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도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은 최대 1%포인트일 것”이라며 “민간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여건이 악화되면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민간 소비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내수 진작을 꾀하고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는 등 대외 호재가 생겨야 민간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성장률 방어를 위해 조만간 재정과 금리를 동원한 단기 대응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한은의 금리 인하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기업 투자 환경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정부는 단기 부양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과 기술 혁신, 신성장동력 육성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hykang@donga.com
#민간부문 부진#재정으로 메워#기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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