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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서영아]한일관계, 정치인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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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서영아]한일관계, 정치인 책임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입력 2019-01-23 03:00수정 2019-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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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도쿄 특파원
“지금의 한국처럼 상식을 벗어난 나라에 가면 일본인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일본 자민당 나가오 다카시(長尾敬) 중의원 의원이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강제징용판결부터 레이더 갈등까지,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들어 일본인이 한국에 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놀랍게도 이에 대한 리트윗에는 많은 ‘보통’ 일본인의 한국 경험담이 달렸다. 나가오 의원의 ‘우려’를 뒤트는 내용이 많다.

“음…. 무슨 일을 당하냐면, ‘일본인? 먹는 법 알아요?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요’라며 고기 굽는 걸 도와주거나 길을 헤매면 서툰 일본어로 알려주는 사람이 많아 너무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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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등어조림을 시켰는데 ‘일본인이 시키는 건 처음 봤다’며 왠지 엄청 기뻐하더니 기본반찬을 잔뜩 담아주고 더 먹으라고 강제로 리필도 해주고 선물이라며 김치와 김을 싸주더라. 한국에선 정말 뭘 당할지 몰라, 상식을 벗어난 나라야.”

직설적인 면박이 아니라 유쾌하게 비틀어 풍자하는 격조는 물론이고 ‘도발하는’ 정치인에게 조용히 논박하는 민초의 현명함이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어디건 현명한 시민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한일 양국이 평행선 공방을 거듭해온 ‘레이더 갈등’ 때, 양국 인터넷에서는 “그때 격추했어야 한다”(한국 측)거나 “침몰시켜버리지 그랬느냐”(일본 측)는 ‘용감무쌍’한 여론도 보였다. 특히 한국에는 “전쟁불사” 등 극단론이 꽤 있었다. 이들은 혹 전쟁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또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하는 중국에 대응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일본까지 적대한다는 게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될까.

한일관계가 가히 최악이라고 할 상황, 이달 말로 일본 근무를 끝낼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수습하려는 노력 자체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 방치가 관계 악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들린다. 재일교포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조차 20일 지상파 TV에서 “문 정권의 태도는 반일이라기보다 경일(輕日), 즉 무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일본과의 관계는 아무래도 좋다”는 감각이 만연한 듯하다.

레이더 공방은 21일 일본 방위성이 한국과의 실무자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단 ‘쿨 다운’ 분위기다. 더는 논란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사태 초기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이 트위터를 통해 제기했던 의견, 즉 “이 정도의 일은 세계에서 군이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다. 난리를 피울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지적이 다시 떠오른다.

그의 견해에 비춰보자면 공해상 경계감시 체제에서 충돌 위기가 수시로 있다는 것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중국과 일본이 동맹국도 아니면서 비상시 군사 충돌 회피 시스템인 ‘해공 연락 메커니즘’을 만들고 핫라인을 설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충돌도 한일관계가 좋은 상황이었다면 서로 충분히 양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네 탓 공방’이 격화되다 보니 서로 감정만 악화됐다. 배후에는 정치인의 입김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의 상황 인식은 현명하다지만 양국에는 반일 감정, 반한 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하려는 무책임한 정치인도 적지 않다. 정치가 적대 일변도로 가면 지금은 상대국에 호의적인 민간인들마저 돌아설 수 있다. 국가 간 관계는 ‘전부 또는 전무’의 세계가 아니다. 접점을 찾고 갈등을 해소하고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일 간 문제에 이젠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더 이상 방기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무책임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한일관계#레이더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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