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아닌 ‘절제’가 필요했던 이승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7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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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베로나)의 행동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한국과 중국의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16일 오후(한국시간) UAE 아부다비 알나얀 스타디움. 조 1위를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은 이틀 전 UAE에 입성한 손흥민(토트넘)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둔 끝에 2-0 승리를 거뒀다.

승리가 굳어진 경기 막판 이승우로부터 촉발된 작은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늘 그랬듯 대기 선수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골대 뒤 마련된 트랙에서 몸을 풀었다. 이승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5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택했다. 11분 뒤에는 이청용(보훔) 대신 주세종(아산)을 넣었다. 후반 44분 대기 선수들이 머무는 곳에 벤치로부터 마지막 교체를 한다는 신호가 전달됐다. 투입 명령을 받은 이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자연스레 출전 가능성이 소멸된 이들은 벤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분히 돌아가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이승우는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이승우는 교체 준비가 아닌 복귀 사인이 떨어지자 근처에 있던 물병을 걷어찼다. 몇 걸음 옮겨 이번에는 수건에 발길질을 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착용하고 있던 정강이 보호대를 손으로 빼 집어던졌다.

이승우의 위치는 취재석에서 무척 가까웠다. 수많은 이들이 이승우의 행동을 지켜봤다. 경기 후 만난 대표팀 관계자 역시 “그 장면을 봤다”고 했다.

정황상 그의 행동은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가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거절해 그 화살이 코칭스태프를 향한 것인지, 스스로를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감정이 격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중학교 시절 스페인으로 건너간 이승우는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사춘기를 보냈다. 또래들에 비해 표현에 거침이 없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날 이승우의 행동은 분명 선을 넘었다. 자책이 아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면 더욱 잘못된 것이다. 선수 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엔트리에 포함된 23명의 선수 중 실제 경기를 뛰는 이는 많아야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라운드를 밟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선수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다면 팀이 와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해당 내용을 전해들은 기성용(뉴캐슬)은 선수로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좋은 모습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기성용은 자신은 그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다고 전제한 뒤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된다. 경기에 못 나와서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승우도 팀을 위해 어떤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잘 알 것이다. 잘 타이르겠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말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한다. 현재 한국은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매 경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돼도 쉽지 않은 것이 우승이다.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 행동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날 이승우에게 필요한 것은 표현이 아닌 절제였다.

【아부다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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