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Y도 못 피하는 취업난 “문과는 진짜 노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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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아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직업 구하는 게 힘들다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연세대 취업준비생 A 씨)

“문과 취업은 진짜 노답이네요.”(서울대 취준생 B 씨)

“정말 취업 시장은 꽉 막힌 것 같아요.”(고려대 취준생 C 씨)

취업 한파가 이른바 최고 명문대인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 학생들까지 덮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4일 지난해 1년간 대학 3곳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취업 관련 게시물 4만6222건을 분석했다. 취준생들은 가족, 친구한테 말하지 못한 취업 고민을 동문들이 모이는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입학한 이들도 얼어붙은 취업 상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나쁜 생각이 들고 요즘 너무 힘드네요.” 지난해 12월 19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고시를 준비하다 뒤늦게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글쓴이는 “취업 걱정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끝난 12월에는 연이은 탈락에 좌절감을 호소하는 글이 더 많이 올라왔다. 대학원 졸업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고려대 출신 박사는 “‘박사가 왜 아직도 취업 못했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아무도 없는 곳에 숨고 싶다”고 토로했다.

문과생들은 기업들이 이공계, 상경계열 출신을 선호하는 현실에 더욱 힘들어했다. 서울대의 한 취준생은 “문과생 정원은 날이 갈수록 바닥을 찍네요. 이러다 맨틀까지 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학생은 “이과로 돌려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고도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문과생(인문계열) 취업률은 56%로 모든 계열 중 최하위였다. 공학 계열(70.1%)에 비하면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기성세대의 지적과 달리 이미 취준생들은 중견,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춘 상태다. 한 고려대 취준생은 “중소기업 한 곳에 붙었는데 연봉 2300만 원 정도에 일이 많고 복지가 안 좋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2017년 기준으로 대학졸업자 평균 연봉은 2778만 원인데, 합격한 회사의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취직하기가 망설여진다는 얘기였다.

선배들의 취업이 빙하기를 맞다 보니 취업 준비를 앞둔 일명 ‘취린이’(취업 준비와 어린이를 합친 조어)들은 곧 닥칠 현실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4학년이 되는 고려대의 한 학생은 자신의 학점과 스펙을 공개하며 “어떻게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글을 남겼다.

김호경 kimhk@donga.com·최예나 기자
#취업#sky#대학#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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