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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현수]쌍용차의 복직 비용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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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현수]쌍용차의 복직 비용 청구서

김현수 산업1부 차장 입력 2019-01-11 03:00수정 2019-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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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 차장
“신입사원으로 못 뽑은 부분에 대해 정부가 부담을 나눴으면 좋겠는데….”

9일 강원 춘천시 쌍용자동차 시승 행사장에 최종식 쌍용차 대표가 예고 없이 등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대화 중에 ‘해고자 복직’ 얘기가 나오자 작심한 듯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요지는 이렇다. 신입사원 채용보다 해고자 재고용에 한 사람당 평균 2800만 원 정도 더 든다.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보다 더 드는 비용을 정부가 일부 부담해 달라는 주장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이었다. 신입사원을 뽑든 해고자를 재고용하든 민간기업인 쌍용차가 알아서 할 일이다. 재고용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그 역시 결정한 기업의 책임이다. 더구나 쌍용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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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고용이 기업만의 순전한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 대표는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다. 2009년 대량 해고 사태 이후 쌍용차는 2015년 노·노·사 합의에 따라 신규 채용이 필요할 때마다 신입사원 40%, 해고자 30%, 희망퇴직자 30% 비중으로 뽑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쌍용차 관계자는 “모두 재고용으로 채우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또 청년을 뽑아야 조직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128명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해고자들은 초조했다. ‘경영 정상화로 채용이 필요할 때’라는 느슨한 규정보다는 복직 시기를 못 박아 주길 바랐다. 지난해 6월 해고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서울 대한문에 분향소를 마련해 투쟁에 들어갔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 방문길에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두 달 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포함된 노·노·사·정 합의에서 남은 해고자 119명의 전원 복직이 결정됐다. 명분은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그중 71명은 지난해 마지막 날, 10년 만에 처음으로 출근의 기쁨을 누렸다. 가족들과 직원들은 카네이션을 전달하며 이들을 축하했다. 48명은 올해 재고용된다.

하지만 아름다운 복직에는 대가가 있었다. 최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 정부에 ‘복직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쌍용차는 2009년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 상태다.

정부가 돈을 내야 할까. 노·노·사·정 합의문에는 ‘경사노위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고 써 있다. 쌍용차는 고용보험법상 고용보험기금 적용 범위를 신규채용에서 재고용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실현되면 한 민간기업 해고자의 복직 비용을 국민이 내야 한다.

더구나 복직자를 채용하느라 신입사원을 못 뽑았다는 건 결국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청구서 논란이 더 씁쓸한 이유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쌍용자동차#신입사원#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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