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낯으로 이러는가”…‘양승태 대법원 회견’ 판사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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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0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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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적 미안하다면 이래선 안돼…지금은 떠난 야인”
“여전한 영향력…영장심사 앞두고 판사들 결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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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검찰 소환조사 당일 자신이 몸담은 대법원에서 소회를 밝히기로 한 데 대해 법원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11일 오전 9시쯤 검찰 출석을 앞두고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 정문 안 로비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불허하면 정문 밖에서라도 입장문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의 전례없는 ‘대법원 회견’ 의지는 현 대법원뿐만 아니라 사법부 전체에 적잖은 당혹감을 안겼다.

현직 판사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양 전 원장의 행보는 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재경지법 A부장판사는 “자신이 친정(대법원)에 해를 끼쳐서 이 난리 법석을 만들어놨는데 도대체 무슨 낯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도의적으로라도 미안하다면 이래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름에 빠진 법원’과 ‘그럼에도 떳떳한 전 사법부 수장’이란 대비만 더 강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경지법 고등법원 B부장판사는 양 전 원장을 가리켜 “지금은 대법원을 떠난 야인”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개인적 문제를 굳이 현재 대법원하고 연결 짓는 것이 법원을 위해서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재경지법 C판사는 “대법원은 공정과 정의를 지켜온 기관이란 상징성이 있다”며 “자신의 행위를 국가 정책을 위해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양 전 원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법원의 상징성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복을 벗은 전관 변호사들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법원 내 자신의 옹호세력을 결집하려는 행동으로 분석한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해 6월1일 양 전 원장의 놀이터 기자회견도 지지자 결집용이었다”며 “그날 대법관 회의가 열렸고 추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재판거래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이 지난해 6월15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6월1일과 8일 각각 대법관 회의를 열었고 ‘재판 거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판사 세계에서 양 전 원장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라며 기자회견을 하는 행위가 영장 심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관 변호사 B씨도 “양 전 원장 구속에 반대하는 사법부 내 사람들의 의사 결집을 호소하는 면이 강하다”며 “최근 보수층 결집이 두드러지고 적폐청산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영장 심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은 과한 우려라고 지적하다. A부장판사는 “판사 속마음은 우리끼리도 말을 안한다”며 “영장 판사가 알아서 할 일인데 그거에 무슨 영향을 끼치겠나”고 반문했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36·40기)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분석이 나올 행동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며 “판사를 규합한다니, 너무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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