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돌며 ‘문재인王’ 대자보 20대 “배후 없어, 맘맞는 친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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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8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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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한 20대 지지율 반영”…6개월마다 배포할 예정
“청와대·정부 장악한 전대협 풍자…활동 확대할 것”

지난 10일 전국 대학 캠퍼스에 부착된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대·고려대·강원대·충북대(페이스북 페이지 ‘전대협’ 제공)© News1
지난 10일 전국 대학 캠퍼스에 부착된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대·고려대·강원대·충북대(페이스북 페이지 ‘전대협’ 제공)© News1
“지금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남성이 가장 낮죠. 하지만 목소리는 SNS와 인터넷 댓글에 흩어져있어요. 그걸 실체화한 겁니다”

지난 10일 전국 대학 100여 곳에 ‘문재인 왕(王) 시리즈’ 대자보가 일제히 나붙었다. 경제왕·태양왕·고용왕·외교왕 등으로 묘사된 ‘문재인 왕’ 대자보에는 현 정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빼곡하게 적혔다.

18일 현재 대부분의대학에서 해당 대자보는 철거됐지만, 대자보를 만든 ‘전대협’의 의도대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로만 부유하던 20대의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 나오고 있다.

◇전대협이 만든 문재인 王 대자보…경제왕·태양왕 풍자

“청와대나 정부 요직은 모두 과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이 꿰차고 있잖아요. 그걸 풍자해서 ‘전대협’이라고 지었습니다”

대자보 내용뿐 아니라 모임명 자체도 모두 풍자로 점철됐다. 대자보를 기획·게시했다는 ‘전대협’ 페이스북 개설자 김모씨(25)는 <뉴스1> 과의 통화에서 “전대협 출신들이 망치고 있는 정책을 풍자하기 위해 모임 명칭을 ‘전대협’이라고 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전북대 등 각 대학에 부착됐던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는 경제·에너지·대북정책·고용·외교·교육·행보 분야에 걸쳐 현 정권을 비꼬고 있다.

‘그(문재인)의 위대한 업적에 취해보도록 하자’라고 시작하는 대자보에는 ‘경제왕 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 덕에 Δ외환위기 이후 최고 실업률을 달성했고 Δ최저임금 8350원으로 소상공인이 망하고 알바는 영원히 쉬게 됐다며 경제정책을 꼬집는다.

‘태양왕 문재인’에는 Δ원자력 적폐청산, 친환경 태양광으로 대체 Δ전기세 2배! 모두 불끄고 집에서도 촛불혁명 Δ영국·사우디 수십조 원전수출 무산위기 등 에너지 정책 비판이, ‘기부왕 문재인’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국군 최전방 부대를 해체해 나라까지 (북한에) 기부하는 통 큰 지도자’라는 풍자가 담겼다.

‘고용왕 문재인’에는 ‘여성을 비하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위장전입·지역구 갑질 유은혜 교육부총리, 이중국적·증여세탈루·위장전입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국 민정수석을 절대 해고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교육 정책 풍자와 거듭하는 적폐청산에도 김경수 경남도지사 감싸기나 아들 문준용씨의 공기업 채용특혜 등 ‘내로남불식’ 행보에 대한 풍자가 이어졌다.

10일 전국 대학교 100여곳에 부착된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 (페이스북 페이지 ‘전대협’ 제공)© News1
10일 전국 대학교 100여곳에 부착된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 (페이스북 페이지 ‘전대협’ 제공)© News1

◇“文 정권 위험성 인식시켜야…새 단체 만들어 활동 확대 ”

사실관계보다는 논란을 중심으로 한 풍자지만 김씨는 “문재인 정권 행보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20대들이 확실히 자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본격적으로 ‘문재인 풍자’에 나선 계기를 설명했다.

전국 대학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자보가 붙으면서 전대협이 전국구 규모의 단체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전대협은 김씨와 그의 친구들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모임’이다.

김씨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대자보를 기획해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대자보를 붙였다”며 “전대협이 어떤 세력이다, 배후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동선만 잘 짜면 하루 만에 다 붙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 정권을 풍자하는 내용의 대자보이다 보니 야유나 비난이 쏟아질까 두려웠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아 당황했다”며 “대자보를 읽고 ‘잘한다’고 응원해주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대자보가 떨어졌는데 다시 붙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현재 대자보는 대부분 수거됐지만, 김씨는 반기(6개월)마다 한 번씩 다시 ‘문재인 왕 시리즈’를 전국 대학에 배포할 예정이다.

전대협을 넘어선 ‘활동 확대’도 기획 중이다. 김씨는 “새로운 단체를 구성해 정부 비판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방향과 활동내용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갑론을박 활발…“맞는 말 vs 비난 자제해야”

김씨의 의도대로 대학가에서는 ‘문재인 왕 시리즈’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 김모씨(23)는 “문재인 왕 시리즈 대자보가 학교 커뮤니티에 인기글로 올라온 적이 있다”며 “이를 두고 학생들이 여러 의견을 내놔 시끌시끌했었다”고 전했다.

한양대 재학생 김모씨(27)도 “(대자보 수준의) 비판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대자보를 옹호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재학생 정모씨(23)도 “대자보 글은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태양왕 부분이 공감이 간다. 원자력은 그다지 위험한 에너지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반면 ‘과도한 풍자나 감정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씨(20)는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 밖의 문제를 들먹여 비판하는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회주의나 빨갱이같은 이념을 끌어오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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