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현]자동차산업, 고통 없이 미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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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
독일은 통일 이후 고임금과 저효율의 노동 문제, 강한 노동조합, 내수시장 축소 등에 직면했다. 정치적인 반발이 거셌지만 의료보험 혜택과 연금을 삭감하는 대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게 만드는 정책을 폈다. 자동차를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이런 노력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 현재까지도 자동차 강국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세계적인 경제 호황과 시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노동자가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임금을 줄이면서도 유연한 노동 환경을 받아들였다. 기업은 투자를 보장하고 대량 해고를 막아 서로 이해하며 고통을 감내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어떤가. 조선을 통과한 불황의 여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이면에는 노동자와 회사 모두 인내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된 것을 보며 각자도생의 길에 대한 주장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모든 의견은 사실 합리적이고 맞다. 그러나 주장만 앞세우면 해결될 수 없다. 고통을 감내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를 말할 수 있다. 노동자는 기업을, 기업은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익숙하지 않은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라는 설득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수익이 떨어진다고 해서 당장 근로자부터 해고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신차에 투자하는 비용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으로 가면 몇 년 내에 녹슨 자동차 공장을 손으로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분기 자동차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했다. 100원어치를 팔면 1원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앞으로도 순탄하지 못하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형국은 구멍을 애써 외면하며 각자 살고자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것과 같다. 구멍부터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조금만 경영이 위태로울 경우 거대 자본이 인수하고 통합한 후 거머리처럼 핵심 기술을 빼앗고 껍데기만 남은 기업은 철저하게 도태시킨다. 이미 한 자동차 회사는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어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있다. 살리기 위한 마지노선의 시간으로서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다가올 미국발 금리 인상의 여파와 개정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관세 인상,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자동차 시장을 넘보는 중국, 거리상으로도 얼마든지 물량 공세를 펼 수 있는 일본까지 우리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우리는 다시 도전의 장에 서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노력을 우리가 다시 실천해야 할 때다. 물론 어렵다. 과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누렸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미래 세대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사과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고통의 시간을 모질게 견뎌야 한다. 그래야 가을 햇살에 영그는 사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
#자동차 산업#자유무역협정#광주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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