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北, 아프리카에 무기판매-사용법 교육 등 군사커넥션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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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는 우간다 특수부대
북한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는 우간다 특수부대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북 제재 위반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우간다 현지 취재를 통해 북한 군인 및 군 과학자들이 현지에 파견돼 코만도 특공부대를 훈련시키고 전투기 조종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간다 군이 사용하는 총류와 탱크, 대전차용 시스템, 로켓추진 수류탄 등이 북한으로부터 케냐 항구를 통해 들여와 야간에 우간다로 밀반입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아프리카 ‘군사 커넥션’은 우간다뿐 아니라 탄자니아, 수단, 모잠비크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강력한 대북 군사제재를 시행하면서 북한군 및 북한 군사기업들의 해외 인력 파견 및 기술 이전을 금지시키고, 해외 군사협력을 통한 본국 송금도 막았다.

당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난하며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도 무세베니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충실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우간다 외교부도 북한과의 군사 경제적 관계를 모두 단절했다고 밝혔다.

이후 우간다에서 북한 군인 및 과학자들은 일부 철수했으나 아직 상당수가 남아있다. WSJ 기자는 지난달 우간다 나카송골라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 4명의 남성을 목격했으며, 군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확인한 결과 이들이 북한 인사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0월 우간다 군지휘관 6명에게 하달된 기밀문서를 WSJ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팀’으로부터 훈련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북한 군인들은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관련 업무에 종사한다는 외교서류를 발부 받아 우간다에 입국한다. KOMID는 북한의 무기거래 회사로 유엔 제재 대상이다. 우간다 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OMID 등 북한 건설 및 광산 회사들은 이름을 바꾸고 국적을 중국이나 ‘외국’ 등으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은폐를 시도했다. 이런 식으로 우간다에 진출한 북한 건설 및 광산 회사들은 현재 유엔 대북 제재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유엔의 모니터링 담당자들에 따르면 북한과 우간다 간의 협력사업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북한의 합작회사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코리아 파트너스(MKP)’다. MKP 우간다 지부에 소속된 3명의 이사들을 보면 2명이 북한 사람이고 1명이 리비아인이다. 이들은 우간다에서 최소한 4개의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사업의 이사진으로 등록돼 있다. MKP는 우간다와 앙골라, 잠비아 등에서 과거 수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벌이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지 않는 것은 장기집권 독재 지도자들이 북한과 오랜 교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1987년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처음 북한에 갔으며 이후 수차례 방문했다. 우간다 대통령의 아들과 후계자, 우간다 특수부대 지휘관까지 모두 김일성 군사학교 출신이다. 2013년 무세베니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해서 정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김일성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북한군 요원들로부터 근접전투 교육을 받은 한 우간다 관리는 “우리는 결코 그들과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으로부터 훈련을 받는 우간다 장교들에게는 ‘그들(북한군들)에 대해 절대 말하지 말고, 그들의 사진을 찍지도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우간다가 북한으로부터 들여온 일부 군장비들은 과거 냉전시대 시스템으로 현재 작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제한돼 있다. 한 우간다 관리는 “우리는 (이 장비들의 사용법을 아는) 북한 인력을 쫓아낼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총기나 헬기를 작동하고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우간다 주재 미국 대사관과 국방부 아프리카사령부는 WSJ의 우간다 대북제재 위반 확인 요청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불법 군사 수출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대북 제재가 매끄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우간다 관리의 말이 현재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우리에게 돈(원조금)을 준다. 그러나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일을 할 때만 돈을 준다. 우리는 차라리 북한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 문제에 관한 한 말이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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