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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로 번진 文 대통령 체코 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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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로 번진 文 대통령 체코 경유

구자홍 기자 입력 2018-12-08 10:59수정 2018-12-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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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어설픈 의미 부여와 해명이 단순 경유를 더 큰 논란으로 키워
[뉴시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는데,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느라 주52시간을 오로지 비행기에만 앉아 있었다.”

11월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순방에 동행한 한 인사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해 체코에서 1박 2일 동안 24시간을 머문 뒤 대서양을 건너 남미에 있는 아르헨티나로 향했고,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음 남태평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불과 8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 일정이었다.

경유지로 체코를 택한 까닭

5박 8일간 이뤄진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하루 건너 한 번씩 10시간 넘게 비행해야 하는 꽉 짜인 일정이었다. 한국과 낮밤이 완전히 반대인 지구 반대편을 불과 며칠 사이에 다녀와야 했기에 시차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은 11월 30일과 12월 1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기존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했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등 문 대통령이 거둔 외교적 성과가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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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방문한 뉴질랜드에서는 12월 3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패치 레디 총독 내외와 환담을 갖고 국빈 오찬을 했으며, 저녁에는 현지 동포 300여 명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에 참석해 동포들을 격려했다. 4일에는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문 대통령의 5박 8일 해외 순방은 아르헨티나로 향하기 전 체코 경유 논란이 크게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이 거둔 외교적 노력과 성과가 묻힌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경유지였던 체코 방문을 두고 여러 뒷말을 낳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11월 30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논란을 부추겼다.

‘체코에서의 대통령 행사는 마치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 연속극을 보는 것 같았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체코까지 갔는데 체코 대통령은 A4 편지 한 장 남기고 이스라엘로 가버렸고, 체코 북한대사는 김정은의 삼촌인 김평일이라는데 김평일이라도 만나 비핵화 협상을 하고 오시는 것이 어떨지 한 번 생각해보았다.’

홍 전 대표가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언급한 것은 김정숙 여사가 체코 프라하성에서 설명을 듣다 대통령을 놓쳐 나중에 뛰어와 팔짱을 끼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있다.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언론인들에게 배포한 프레스 가이드라인(PG)을 통해 “문 대통령 내외는 체코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체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프라하성을 공식 일정의 하나로 방문한 것”이라며 “공식 일정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나 억측에 대해 논평치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프라하성 방문이 체코 대통령 초청에 의해 이뤄진 공식 일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성 비투스 성당, 성 바츨라프 예배당

문 대통령 내외가 찾은 성 비투스 성당은 프라하성 제3정원에 있다. 이곳은 보헤미아 수호성인 바츨라프의 유물이 전시된 ‘성 바츨라프 예배당’이 특히 유명하다. 이 예배당에는 세계 최대의 사파이어가 박힌 금 왕관이 보관돼 있고, 황금색으로 칠한 예배당 벽에도 석류석, 자수정, 에메랄드 등 1372개 보석이 박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프라하성 방문이 체코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프라하성으로 초청했다는 집주인(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정작 체코를 비웠기 때문이다. 체코 경유 미스터리는 ‘체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줄 알면서도 왜 체코를 갔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번 체코 방문은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간 급유 등을 위해 경유차 이뤄진 것”이라며 “경유지 검토 과정에 경유지에서의 지원 등 기술적 측면 외에도 경유를 계기로 양자 정상외교 성과 측면도 함께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는 10월 아셈(ASEM) 정상회의 때 체코 측이 양자회담을 제안했지만 우리 측 사정으로 회담을 갖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코 대통령 부재는 우리 측 사정으로 양자회담을 갖지 못한 것을 고려해 체코를 방문했다는 설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체코 대통령의 부재로 결국 한·체코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다시 “체코는 헌법상 내각책임제로 실질적 정부 운영 권한을 총리가 갖고 있으며, 제만 대통령은 문 대통령 방문 기간 중에 외국 순방 중이었으나, 문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을 공식 방문에 준해 의전 및 경호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해명했다.

실질적 정부 운영 권한을 총리가 갖고 있으니 총리와 회담이 곧 양자회담과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정작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은 정상회담이 아닌 비공식 면담으로 회담의 성격과 이름이 바뀌었다. 정상회담을 비공식 면담으로 바꾼 이유를 외교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비시 총리와 회담이 실질적인 정상회담이지만 체코 측 내부 의전상의 이유로 비공식 회담(면담)으로 해줄 것을 요청해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비공식 회담이었음에도 이번 한·체코 정상회담은 70분가량 양국의 모든 주요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매우 내실 있고, 심도 있게 진행됐다.”

체코 측이 밝힌 내부 의전상의 이유는 제만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매우’ ‘내실 있고’ ‘심도 있게’ 회담이 진행됐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회담은 비공식 면담으로 그 의미가 축소됐다.

체코 교민? 500명 수준

11월 28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 기업인 및 동포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왼쪽).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30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한·체코 정상회담은 3년 전인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체코를 국빈 방문했을 때 이뤄진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체코 순방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됐는데, 첫째 날에 한·체코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원전과 과학기술 등 18개 산업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정부는 “협정 서명으로 우리 기업이 체코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체코 비즈니스포럼과 한·체코 인형극 관람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체코 총리와 회담,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가 있었다. 비세그라드 그룹은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4국으로 구성된 지역협력체다.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이 있었고, 이어서 한·폴란드, 한·헝가리, 한·슬로바키아 정상회담,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상만찬 순으로 이어졌다. 순방 마지막 날에는 동포 간담회와 케이팝(K-pop) 공연 관람이 있었다.

체코 경유를 둘러싼 논란은 체코에 진출한 기업인 간담회와 동포 간담회를 별도로 하려다 하나로 진행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체코 교민은 “체코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한국인 상당수가 유학생과 기업 주재원으로, 한국 기업이 있는 모라비아나 실레지아에 산다”며 “실제 체코에 터를 잡은 교민은 수백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기업인 간담회 따로, 동포 간담회 따로 할 만큼 프라하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체코의 경우 동포 사회와 진출 기업의 현황 및 특성 등을 감안해 기업인 간담회와 동포 간담회를 통합해 개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문 대통령은 바비시 총리와 비공식 회담 때 양국 간 교역, 투자 증진, 체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및 지원 등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체코 방문과 관련해 상세하게 설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단순 경유에 불과한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외교적 의미와 성과로 포장하려다 생긴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세일즈 논란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 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한국 원전의 우수성과 장점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비시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공 사례와 한국 원전의 높은 기술력을 잘 알고 있다면서, 향후 체코가 원전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한국과 협력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체코 정부가 아직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재원 확보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은 체코 정부가 아직 원전 건설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 원전의 우수성과 장점을 설명했고, 바비시 총리도 한국과 협력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뜻이 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의제 없이 남미를 가려고 잠깐 들른 체코 방문에 대해 외교부가 그 의미를 부풀리려 원전 세일즈를 무리하게 갖다 붙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美 서부를 경유했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일(현지시각) 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를 떠나 뉴질랜드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9일 동안 프랑스와 이탈리아, 바티칸,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 5개국을 순방했다. 대통령이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친 지 한 달여 만에 남미를 가고자 유럽을 경유하면서 마땅히 방문할 나라를 찾지 못해 체코를 선택했을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외교가에서는 “한때 스페인 경유가 검토됐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미 방문길에 스페인을 국빈 방문하게 돼 있어 경유국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역대 대통령은 남미 순방 때 미국 서부도시를 주로 경유했다”며 “미국을 제외하고 남미로 가는 일정을 짜려다 보니 유럽을 경유하게 됐고, 유럽 5개국 순방국을 피하려다 보니 체코가 낙점됐을 수 있다”면서 “남미 방문 때 우리 교민이 많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차 가는 길에 미국 워싱턴에 들러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했고, 브라질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를 거쳐 페루 리마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 길에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했다. 당시 일정은 11월 14일부터 26일까지 10박 12일이었다. 2012년 6월 17일부터 27일까지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와 브라질 리우(RIO)+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귀국 길에 미국 서부도시인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한 바 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6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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