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유세중 마네킹과 악수”… 훈훈한 유머로 작별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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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 추도사때 에피소드 밝혀… 아들 부시도 “춤 못추고 골프 별로”

우리 장례 문화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웃음이 미국 장례식장에서는 곧잘 터져 나온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고인과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이 한 토막씩 소개되기 때문이다.

5일 미국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엄수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장례식에서도 웃음이 이어졌다. 첫 웃음은 고인의 자서전을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의 추도사에서 나왔다. 그가 “고인이 선거 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웃기 시작했다. 미첨은 “당시 고인은 얼굴은 붉혔지만 어색해하지 않았다”며 “‘(누가 누군지) 어떻게 다 알겠어. 물어봐야지’라며 그 상황을 유머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추도사를 한 앨런 심프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정치적 친구였던 고인이 농담을 즐겼던 일들을 회고했다. 그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난 뒤 자신이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성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마지막 추도사를 한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가 젊어서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겼다는 얘기로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는 “아버지는 10대 때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거의 죽을 뻔했고, 수 년 뒤에는 적들에 앞서 구조대원들이 자신을 찾기를 기도하면서 혼자 구명보트를 타고 태평양에 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또다시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그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완벽에 가까웠지만 정말 완벽하진 않았다”며 “그의 (골프) 쇼트게임 실력은 형편없었고, 무도장에선 프레드 아스테어(미국 뮤지컬 배우)와 비슷하지도 않았다(춤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의미)”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이 남자는 채소를 먹지 못했는데 특히 브로콜리를 싫어했다”며 “그런데 그는 이 유전적 결함을 우리에게까지 물려줬다”고 말해 또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지인들 추도사때 에피소드#훈훈한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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