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신동빈-정용진, 韓 온라인 ‘삼국지’…쿠팡vs롯데vs신세계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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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1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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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적에도 투자 지속, 손정의 속내는?
롯데 3조-신세계 1조 온라인에 투자…온라인 별도 분리 ‘전쟁 지금부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트위터캡처)© News1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트위터캡처)© News1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2조2600억원)를 추가로 투자받으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쿠팡이 투자를 받는 모양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과연 손 회장의 ‘노림수’가 무엇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 대기업들이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손 회장의 이번 추가 투자가 한국 온라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으로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전통 유통업체와 신흥 온라인 업체의 경쟁은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손정의, 쿠팡 통해 韓 온라인 투자 실험 지속…신동빈-정용진과 본격 경쟁

2조원이 넘는 쿠팡의 이번 투자유치는 2015년 1억달러(1조1000억원)에 두번째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이 유치한 총투자금 규모는 롯데그룹이 지난 5월 온라인사업에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3조원과 맞먹는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에게 총 30억달러를 유치하기에 앞서 2014년 세콰이어캐피탈?1억달러, 블랙록으로부터는 3억달러도 각각 유치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018.10.23/뉴스1 ©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018.10.23/뉴스1 © News1
한국 온라인시장을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격이다. 더구나 롯데는 오는 12월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쿠팡 본사 인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길 예정이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투자 결정과 함께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물류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는 쿠팡의 사업 모델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으로 매출 규모를 늘리는 쿠팡의 사업 방식을 손 회장이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손 회장의 이 같은 투자방침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대규모 온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프라인 강자로 군림해 온 롯데는 ‘온라인은 숙명’이라고 강조하면서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온라인을 강화해 오프라인 사업에 도움을 주고, 오프라인 핵심 역량을 온라인에 활용하겠는 구상이다.

특히 롯데는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인프라에 롯데의 물류 택배 계열사를 활용한 배송서비스와 편리한 온라인주문 시스템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18.6.8/뉴스1 © News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18.6.8/뉴스1 © News1
더구나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온라인사업에 1조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전한 상황이어서 향후 온라인 시장을 둘러싼 유통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오는 12월27일 온라인 별도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기존 온라인 기업들과 달리 택배 인력을 직고용하고 물류인프라 확충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 등은 손 회장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 사업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을 보고 손 회장이 그만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읽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경쟁 치열한 시장 특수성 고려했나”, 일각에서 회의적

그러나 현 한국 온라인시장을 고려하면 손 회장의 투자 결정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쿠팡은 이번 투자 유치로 당장 자금 융통에 숨통은 틀 수 있게 됐다. 쿠팡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적자 규모는 5000억원 이상으로, 사람들은 ‘쿠팡이 언제까지 지금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를 붙이곤 했다. 2015년 1억달러 투자유치를 받은 이후 3년간 누적적자만 1조7500억원에 달한다.

물류인프라에 직접 투자하며 ‘쿠팡맨’, ‘로켓배송’ 등의 신조어도 만들어 냈지만 이베이,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과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까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증가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작년 6389억원 규모였던 영업손실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온라인몰 업체 관계자는 “한국 온라인 시장은 미국의 아마존의 경우처럼 한 기업이 독주하기 힘든 특수성이 있다”며 “손 회장이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거둬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사로 분류됐던 위메프, 티몬 등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비해 쿠팡은 외형 확장을 지속해 왔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물류와 결제시스템 등에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손 회장의 투자금 20억 달러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 페이시스템 등 다양하게 자금을 활용하겠지만 고객 확보를 위한 가격 정책에도 분명히 자금이 쓰일 것”이라며 “막대한 자금이 투자된 만큼 적지 않은 물량 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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