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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 바쁜 부모 대신 아이 돌본 시골학교, 또 만점자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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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 바쁜 부모 대신 아이 돌본 시골학교, 또 만점자 배출

최예나기자 , 조유라기자 입력 2018-11-20 17:32수정 2018-11-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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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고 3학년 A 군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5일 밤 오랜만에 집에 갔다. 집이 도내에 있지만 그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 유독 어려웠던 수능이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A 군은 채점을 마친 뒤 떨리는 손으로 담임 양창열 교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저 다 맞은 것 같아요.’

시골 학교인 장성고에서 수능 만점자가 나왔다. 아직 가채점 결과지만 1985년 개교한 장성고는 5년 만에 두 번째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셈이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농촌 지역 일반고가 수능 만점자를 두 번 배출한 건 이례적이다. 20일 비결을 묻자 김백진 교감은 “시골에 위치해 학생들이 학원을 가거나 과외 받는 게 힘들다”며 “전원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게 전부다”고 했다.

● 기숙사 생활, 학원처럼 세분화된 수업

A 군을 포함한 장성고 학생 560명 중 95%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3학년생들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집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온다. 김 교감은 “부모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어 바쁘다”며 “학교가 다 돌봐주니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학생 수요가 많아 2동뿐이었던 기숙사가 이젠 4동으로 늘어났다.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다”는 설립자인 의사 반상진 씨의 뜻에 따라 기숙사비는 식비를 포함해 한 달에 21만 원만 내면 된다.

학교 공부가 전부인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은 학원 못지않은 수업을 준비했다. 방과 후 학생들이 요구하는 대로 단원이나 분야별 수업을 개설했다. 미분반, 확률반처럼 학생이 어려워하는 분야를 심화 학습할 수 있도록 여러 개 반을 만들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국어는 시문학반, 소설반, 비문학반 등을 만들고, 영어는 빈칸 추론 문제를 푸는 ‘빈칸채우기반’까지 있다. 양 교사는 “평일에 두 시간씩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을 학원 수업처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학교수 초청해 심화수업 진행


2학년 일부 학생은 토요일에 대학교수의 수업도 듣는다. 장성고는 학생들이 더 깊게 사고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전남대 교수들에게 국제경제, 고급물리, 심화영어 수업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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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도 국제경제 수업을 들으며 대학생이 보는 ‘환율의 이해와 예측’ 같은 책을 1년에 20권씩 읽었다. 경제에 흥미를 느껴 서울대 경제학과 수시모집에 지원한 상태다. ‘생명과학실험’반은 조선대 실험실에 가서 교수 지도를 받으며 대학원생들과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지난달 이 반 학생 6명이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새벽부터 논밭에서 일하는 부모들도 학교에 자녀를 믿고 맡긴다. 한황수 교장은 “이 지역은 도시와 달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고 챙겨줄 형편이 못 된다”며 “교사들이 모두 부모의 마음으로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 학교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장성군은 2011학년도 수능 성적 표준점수 상위 시군구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장성군에는 일반고가 장성고밖에 없었다. 전국 1등이라는 실적은 장성고 혼자 만든 셈이다. 덕분에 비평준화인 장성고 입학생의 절반은 해남 순천 목포 여수 등 장성 지역 밖에서 온다. 김 교감은 “최상위권 학생은 특목고나 자사고, 도심의 학교로 진학하고 그 외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오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A 군 역시 입학 당시 성적은 140등 정도였지만 꾸준히 성적이 올랐고, 결국 수능 만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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