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김재환 “3년 전엔 야구 접으려 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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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홈런-133타점, 2018 최고선수로
“결혼-쌍둥이 출산에 미래 걱정, ‘1년만 해보자’ 결심이 큰 결실로
과거 약물 복용, 지금까지도 후회… 좋은 동료들 덕분에 큰 상 받아”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기부” 2018 프로야구 홈런왕, 타점왕에 이어 최우수선수(MVP)까지 3관왕을 석권한 두산 김재환이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약물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는 “앞으로 야구장 안팎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날 부상으로 받은 K7 자동차의 기부 의사도 밝혔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기부” 2018 프로야구 홈런왕, 타점왕에 이어 최우수선수(MVP)까지 3관왕을 석권한 두산 김재환이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약물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는 “앞으로 야구장 안팎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날 부상으로 받은 K7 자동차의 기부 의사도 밝혔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2014년 12월 결혼식장에 들어서던 새신랑은 7년 차 프로야구 선수였다. 하지만 경기에 나오는 날보다 안 나오는 날이 더 많았고 연봉도 늘 최저였다. 연봉 5000만 원에 사인했던 이듬해에도 48경기에 나서 타율 0.235(7홈런), 그저 그런 백업 선수에 그칠 만한 성적이었다. 그사이 쌍둥이의 아빠가 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사실 (2016시즌 때)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가족이 생겼으니까. 당장 애들을 먹여 살려야 되니까. 그래서 ‘1년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야구만 해보자’란 생각으로 그렇게 쉬지 않고 했는데….” 프로야구 선수에게 딱 하루 있는 휴식일(월요일)을 지운 것도 그때부터였다.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왕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를 안은 두산 김재환(30)에게는 2019년에도 휴식일은 없다. 그는 “그게 저만의 루틴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2016년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홈런 37개를 터뜨리며 데뷔 9년 만에 ‘거포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냈다. 2017시즌부터는 억대 연봉을 받았고 올해는 ‘잠실 홈런왕’을 넘어 ‘리그 홈런왕’(44개)까지 올랐다. 이미 홈런상과 타점상(133타점)을 확정한 그는 MVP 투표인단 111명 중 51명에게 1위 표를 받아 총점 487점으로 린드블럼(367점·두산), 박병호(262점·넥센)를 따돌렸다.

김재환은 “‘감사합니다’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저희 팀 동료들이 워낙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저에게 이런 상이 돌아온 것 같다.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들을 더 무겁게 가지고 가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MVP 부상으로 받은 K7승용차를 “좀 더 필요한 분에게 좋은 의미로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역시 야구를 가장 잘했던 최근 3년이라고 했다. 김재환은 “야구는 잘됐지만 바깥 생활도 아예 절제하고. 안 좋은 얘기들 때문에…”라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김재환에게는 2군 시절이던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약물 전력’이 늘 따라다닌다. 그는 “후회는 지금도 하고 있다.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를 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재환은 “(약물 전력을 이유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시선에 대해) 야구장에 오시는 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얘기는 감수하고 앞으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마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개 차로 5년 연속 홈런왕이 무산된 박병호는 김재환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도 다시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고 말했다. 옛 팀 동료 김현수(30·LG) 역시 “재환이는 원래 잘하는 선수였다. 두산에 있는 동안 밥도 많이 같이 먹고 힘들면 술도 같이 마셨다. 잘돼서 너무 좋다”며 동고동락했던 동료의 수상을 축하했다. 불과 3년 전까지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그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에게 인정받는 선수로 우뚝 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두산 베어스#김재환#프로야구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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