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걸레로 컵 ‘쓱쓱’ …1박 81만원 中 고급호텔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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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6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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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중’ 웨이보 캡처
사진=‘화중’ 웨이보 캡처
중국 내 고급 호텔의 위생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반복되는 논란에 분노한 현지 네티즌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15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한 호텔 이용객이 몰래카메라로 객실 화장실 청소 장면을 촬영한 ‘컵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영상을 본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게재했다.

과거 호텔에서 6년간 숙박했다고 밝힌 촬영자 화중은 “중국 호텔업에서 장기간에 걸쳐 존재하는 문제를 알려주려고 한다. 5성급 호텔도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중국 정부가 객실 청결도와 위생기준 관련 지침을 내놓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11분가량의 영상을 14일 공개했다. 그는 고급호텔 147곳에서 2000일 넘게 묵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호텔 직원들이 더러운 걸레나 고객이 이미 사용한 목욕 수건 등으로 컵과 세면대, 거울 등을 닦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1박에 3000위안(약 48만 원)인 상하이 푸둥(浦東) 리츠칼튼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은 고객이 쓰고 남긴 샴푸를 이용해 커피 잔을 닦고 남은 샴푸는 다시 고객용으로 비치했다.

또한 1박에 4500위안(약 73만 원)인 상하이 불가리 호텔에서는 직원이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1회용 컵 덮개를 찾아내 자신의 옷에 몇 번 닦은 뒤 컵 위에 다시 얹었다.

뿐만 아니라 1박에 5000위안(약 81만 원)인 베이징 아만 서머 팰리스 호텔을 비롯해 힐튼이 소유하고 있는 베이징 콘래드호텔, 베이징 파크하얏트 호텔 등 총 14곳의 호텔이 몰래카메라에 딱 걸렸다.

1박 숙박요금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유명 호텔들의 위생상태 불량을 고발하는 이 영상은 현재까지 8만6398회 공유되며 관심을 모았다. 화중의 웨이보 계정에는 3만6620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현지 네티즌들은 “많은 돈을 주고 이용하는데 장난하냐”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나도 되게 지저분하지만 저건 진짜 더럽다” 등 호텔 측의 비위생적인 위생관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중국 정부는 호텔을 처벌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난 호텔 갈 때 내 수건을 가져간다. 컵도 일회용 컵을 따로 사용한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아직까지 안 바뀌었네” “우리가 그렇지 뭐” 등 자조 섞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화중은 ‘펑파이’와 인터뷰에서 “5성급 호텔 투숙 중 객실 직원이 자신의 목욕수건으로 컵을 닦는 등 비위생적인 청소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기 때문에 이 같은 영상을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도시의 유명호텔 30여 곳의 영상을 찍었지만 화질이 선명하고 대표성 있는 14곳의 영상만 공개했다. 공개하지 않은 곳을 포함해 거의 모든 호텔에서 이러한 위생 문제가 있었다”며 털어 놓으며 “최고급 호텔의 위생상태가 이런데 저렴한 곳은 어떨지 미뤄 짐작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중국 내 고급 호텔의 위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고급 호텔의 비위생적인 청소 과정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논란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는 호텔 청결과 위생에 관한 법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에도 호텔들의 위생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 ‘인민망’은 16일 호텔업계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비위생적 관행을 꼬집으며 “중국의 관광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맞는 관련 법안이 부족한 상태다. 조금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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